[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글로벌 골프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예비입찰이 진행된 가운데 본입찰에서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경우 패션업체 F&F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한 달 내에 조달미션을 완료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로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F&F는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던 2021년 정당한 우선매수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5조원 이하의 가격이라면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백기사와 인수금융 파트너를 찾아 테일러메이드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현재 테일러메이드 인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공동 인수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뜻 제안에 응한 투자자가 많지 않은 분위기다.
기존 테일러메이드 재무적 투자자들은 F&F의 우군이 되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4년 만에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거래에 또다시 들어가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우선 회수 가능성이나 하방 리스크를 방어할 장치 없이 진입하기엔 투자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구조다. 더불어 F&F가 글로벌 브랜드 성과를 크게 끌어올릴 묘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재투자는 여의치 않을 거란 지적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은 5조원으로 F&F가 이 정도 가격에 우선매수권을 쓰려면 일단 조 단위 자금을 외부 투자로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F&F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41.7% 수준으로 재무 여력은 준수하다는 평가다.
만약 테일러메이드 우선매수 가격이 5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F&F는 자신의 몫으로 2조원 가량을 회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F&F는 센트로이드의 2021년 펀드에 총 5537억원을 투자했다. 중순위 메자닌 펀드에 1957억원과 후순위 에쿼티 펀드에 3580억원을 출자했으며 중순위 지분율과 후순위 지분율은 각각 41.5%, 57.8%다.
구체적으로 보면 F&F는 2021년부터 매년 중순위 메자닌(상환우선주‧RPS) 투자에 대한 배당을 받고 있다. F&F가 1957억원을 들여 매입한 RPS는 연 5.5% 배당 조건을 갖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8억원씩 총 431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기 시엔 원금의 연 5%에 해당하는 추가 이자도 받을 수 있다. 올해 매각이 마무리 될 경우 총 391억원을 받게 된다. 에쿼티 펀드 청산 시 얻게 되는 수익금까지 포함하면 F&F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으로 약 1조5000억원(센트로이드 성공보수, 이자비용, 세금 등을 제외)을 손에 쥐는 셈이다.
올해 2분기 말 연결기준 F&F와 F&F홀딩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214억원이다. 이를 기초로 활용하면 1조8200억원 규모의 자금 동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까지 현금성 자산이 1000억원 초반대에 불과했지만 5조원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F&F는 그 성공만으로 2조원에 가까운 재무 여력을 갖추게 될 거라는 의미다.
하지만 F&F는 현금 2조원이 아니라 테일러메이드의 완전한 재인수와 계열사 편입을 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일러메이드 거래금액이 4조~5조원 수준이라면 인수금융(In acquisition financing) 한도는 약 2조원 수준이 한계일 것으로 추산한다.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전이익(EBITDA)인 약 3100억원의 6~7배 수준이다.
관건은 5조원에서 공백으로 남게 되는 1조~1조5000억원의 잔여 대금이다. 업계에선 F&F가 컨소시엄 백기사 찾기에 나선 상황을 감지하고 있다. 실제 F&F는 유력 원매자로 거론되는 투자자들과 협업 가능성을 인수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F&F가 전략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로선 자금회수(엑시트) 전략을 명확히 부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F&F가 아직까진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나 드래그얼롱(Drag-along Right)을 우군에 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다른 엑시트 방안으로 3~5년 내 기업공개(IPO)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2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인수하는 것과 달리 IPO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유사 그룹 대비 할인된 밸류에이션이 적용된다. 결국 투자자의 엑시트를 위해선 F&F가 테일러메이드 실적을 다시 두 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기관 투자가들은 F&F의 능력을 문제 삼는다. 2020년 이후 F&F가 직접 인수한 글로벌 브랜드는 세르지오 타키니와 수프라, 듀베티카 등 세 곳이지만 모두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듀베티카는 브랜드만 인수한 뒤 본사를 청산하며 유통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고, 수프라는 출시 3년 만에 시장 철수 수순을 밟았다. 세르지오 타키니 역시 유럽 라이선스 충돌로 인해 해외 유통 확대에 제약을 받아 현재는 국내 운영에 머물러 있다.
김창수 F&F 회장은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디스커버리나 MLB와 같은 아웃소싱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 신화를 일으킨 패션업계 리더로 손꼽힌다. 다만 테일러메이드 투자 성공으로 2조원 가량을 손에 쥘 기회를 앞두고서 이제는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실리면에서는 사업가로서 그간 이룩한 성과를 자본주의 공식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 받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의 창업주로서, 그 자신이 위대한 기업가로서는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를 손에 넣고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 다시 도전할 기회다. 그리고 후자를 위해서는 다시 모든 성과를 올인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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