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캐리(구 윌링스)'가 추진 중인 부동산 거래가 2년째 지연되면서, 해당 거래와 연계된 전환사채(CB)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거래 구조상 부동산 매입 대금이 CB 납입 대금으로 상계 처리되는 방식이었는데, 주가 하락으로 CB 전환 후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적자 기조가 이어지는 캐리는 최근 신규 사업을 잇따라 발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전문성 없는 신사업 확장이 CB 실소유주의 주가 부양을 위한 전략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캐리가 지난해 초부터 추진한 부동산 양수도 계약의 종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당초 거래 종결일은 지난해 7월이었으나 자금 조달 문제로 연기되며, 현재는 2026년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계약 체결 후 2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앞서 캐리는 지난해 4월 비상장사 '골든에이'가 보유한 강남 소재 토지·건물을 매입하는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270억원으로 당시 캐리 자산의 63.9%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계약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기준 캐리의 현금성자산은 9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 확보 및 투자 목적 부동산 매입'을 명분으로 부동산 계약을 강행했다. 자금 마련은 자기자금과 차입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거래 당시 시장에선 최대주주 변경 직후 부동산 매입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4월 12일 캐리의 최대주주는 제이스코홀딩스에서 드림투자조합으로 바뀌었고, 같은 날 임시주총을 통해 염현복 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2년생인 염 씨는 골든에이의 대표이자 최대주주로, 부동산 거래 당시 매도인 측에 속해 있었다.
염 씨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골든에이 소유 부동산을 캐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선 자기거래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염 대표 외에 거래를 주도한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골든에이는 비상장사로, 사업체 인수합병 알선 및 자문,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당시 캐리는 자금 부족으로 골든에이 부동산 매입대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CB 발행을 통해 간신히 대금을 조달했다. 2024년 5월 3회차 CB(54억 원), 2025년 5월 2회차 CB(110억 원)를 발행했고, 두 건 모두 투자자는 골든에이였다.
이 CB는 매입대금과 상계 처리되는 방식이었다. 실질적으로는 골든에이가 CB 인수를 통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캐리에 우회 지원한 셈이다. 캐리는 이를 통해 1·2차 중도금 총 164억 원을 충당했다. 골든에이 실소유주 입장에서는 CB 전환 후 주가 상승을 통해 차익 실현을 기대한 구조로 추정된다.
실제로 골든에이는 CB 전환 청구 가능 시점이 도래하자마자 전환권을 행사했다. 지난 5월 12일 3회차 CB(54억원) 중 40억원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가액은 5760원, 전환주식 수는 69만4444주였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6월 2일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보였다. 6월 2일 이후 캐리 주가는 최저 3030원, 최고 5700원 사이에서 등락하며 전환가를 넘지 못했다. 골든에이가 자금 회수를 서둘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 손실을 감수했을 수밖에 없다.
캐리는 현재도 적자가 지속 중이며, 최대주주 변경이 잦고 뚜렷한 성장 모멘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주가 반등이 어려워 CB 전환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에이 실소유주 입장에서도 엑시트 전략이 꼬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편, 캐리는 2003년 설립된 에너지 전력변환장치 제조사로 2019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82억원, 영업손실 40억원, 당기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압력밥솥에 탑재되는 유도가열 인버터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매출 구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에 따라 캐리는 지난해부터 최대주주가 변경될 때마다 신규 사업을 추가해왔다. 2차전지, 광물, 의약품에 이어 최근에는 범롯데가 출신 인사를 영입해 디지털자산 투자 확대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실적 개선보다 단기 주가 부양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캐리 고위관계자는 "섣불리 신사업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며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CB 투자자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주가는 향후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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