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캐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차입금만 100억원을 넘어선 탓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270억원대 부동산 매입도 종결 여부도 불투명하다. 캐리는 최근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새 최대주주 측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력변환장치 제조사 캐리의 올해 상반기 유동비율은 53.8%다. 2023년 말 100% 밑으로 떨어진 뒤 50%대까지 주저앉았다. 유동부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단기차입금으로, 캐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규모만 102억원에 달한다. 수년째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상당하다.
차입 여건도 녹록지 않다. 캐리는 자사주를 담보로 대부업체에서 연 18% 고금리 자금을 빌렸고, 화성새마을금고로부터 받은 80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에는 부동산 외 화재보험 부보금액(보험가입금액)까지 담보로 설정됐다. 그만큼 시장에서 캐리의 채무상환 능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해 4월 결정된 270억원 규모 강남 토지·건물 매입 건이다. 최대주주 변경 직후 이뤄진 이 거래는 대금 납입 지연으로 꾸준히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는 비상장사 골든에이가 보유한 강남 소재 토지·건물을 매입하는 건이다.
지금까지는 2·3회차 전환사채(CB)를 양도인인 골든에이가 매입해 부동산 중도금과 CB 납입대금을 상계처리 방식으로 처리해왔지만, 현재 남은 부동산 매입 잔금(54억원) 보다 단기차입금(102억원)이 더 큰 상황이어서 거래 종결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CB 투자자들이 주가 부진에 따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골든에이는 2회차 CB 일부(5억원)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 2·3회차 CB 미상환 잔액은 115억원에 달한다.
캐리는 이 같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증 대상자는 시그니엘에셋으로, 납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시그니엘에셋의 최대주주는 씨와이(CY)지주로, 씨와이지주는 범롯데가 인물인 최강용(고 신격호 회장의 조카) 씨와이그룹 회장이 이끄는 업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의 실탄 능력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그니엘에셋은 지난달 설립된 신생법인인데다 최대주주인 씨와이지주와 관련해 확인 가능할 수 있는 최근 실적은 2022년으로 매출 제로(0원)다.
실소유주로 평가받는 최 회장은 2023년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의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철회한 이력이 있다. 앞서 2022년에는 국보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넉 달 만에 물러났다. 코스피 상장사 국보는 2024년 감사의견 거절로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임시주총을 통해 캐리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 등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과거 행보를 고려할 때 경영 정상화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캐리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와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270억원대 부동산 매입의 경우 전 경영진에서 이뤄졌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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