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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기술특례상장…시험대 선 'K-바이오'
이다은 기자
2025.08.04 09:00:22
성장의 사다리인가, 신뢰의 무덤인가…인투셀 사태가 남긴 제도개선 과제
이 기사는 2025년 08월 01일 14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주목할 점은 콘텐츠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에서도 'K-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텍은 올해 상반기 10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며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콘텐츠와 바이오, 산업은 다르지만 기술 기반의 무형자산으로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장해나간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내 바이오텍의 성장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역할이 컸다. 실적이 없어도 기술력과 일정 수준의 자본력 또는 시가총액 요건만 충족하면 코스닥 시장 입성이 가능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바이오 벤처의 빠른 성장에 디딤돌이 돼 왔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임상 및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기술기업에 대한 성장 사다리'로 온전히 기능하고 있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인투셀 사태는 기술특례상장이 가진 구조적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상장 한 달여 만에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분쟁이 발생했으며, 이 기술이 상장 전부터 침해 가능성이 있었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시장의 신뢰는 급격히 무너졌다. 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주가는 빠르게 무너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단발성 이슈에 그치지 않고, 기술특례상장 자체에 대한 시장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후발 바이오텍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지투지바이오, 에임드바이오 등은 이미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공모 흥행에 대한 불안감과 기술 검증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상장을 목전에 둔 지투지바이오는 특허 무효심판 청구와 취소 결정 등 이슈가 이어짐에 따라 최근 간담회에서 이희용 대표가 기술력을 강조하는 등 방어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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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신의 근본 원인은 '검증 체계의 부재'에 있다. 현재 기술특례상장은 민간 기술평가기관 2곳의 점수로만 상장이 결정된다. 특허 분쟁 위험, 실사용 데이터, 상용화 가능성 등은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정성적으로만 판단될 뿐 실질적 검증은 빠져 있다. 상장 후에도 기술성과 관련된 외부 감시 체계는 형식에 머무른다.


반면 미국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열어주되, 철저한 정보 공시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한다.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처럼 기술성 평가만으로 상장을 허용하진 않지만 일정 요건(시가총액, 자본금, 공모금액 등)을 충족하면 적자 기업도 나스닥(NASDAQ)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수 있다.


예컨대 모더나는 2018년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mRNA 기술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보고서를 통해 임상 실패, 특허 분쟁, 상용화 불확실성 등 주요 리스크를 상세히 공개했다.


아울러 상장이 곧 기업 자금조달의 유일한 수단인 현실도 되돌아봐야 한다. 기술특례상장이 '상장'을 위한 수단이 아닌 '성장' 기반의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기술력을 실제 시장에서 검증하고 보완할 수 있는 여유와 균형이 제도 안에 설계돼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공시 강화와 상장 이후의 기술평가 사후 점검체계 마련도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케데헌'이 전 세계 팬들의 감성을 움직였듯 한국 바이오텍이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기술의 성장성은 물론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K-이니셔티브'의 핵심 산업으로 바이오·헬스케어를 꼽은 만큼 지금이야말로 기술특례제도를 정비하고 재설계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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