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1000선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코스피는 지수 상승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서로 수익을 챙기는 '대형주 중심 시장'이 됐지만 코스닥은 코스피 이전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의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에는 소부장·AI·바이오·칩스 등 신성장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의 생태계가 살아 있는 시장이지만 고착화된 2중대 수준의 브랜드를 탈피하지 못하면 중장기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M7을 모두 잉태한 나스닥처럼 코스닥이 날아오르게 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한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당장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특정 기술이 뛰어나다면 상장 기회를 주어 장기적인 성장을 인큐베이팅 하자는 것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최근 형해화 하고 있다는 지적을 얻는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기술특례 심사 수준을 한층 높여서다.
거래소는 심사 기간을 늘리고 검증 절차를 세분화했는데 이 영향으로 올해 들어 상장 건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실적을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은 기술성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바늘 귀에 소가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술특례상장은 재무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일정 등급 이상의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 이익 요건 등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주로 코스닥 시장에서 혁신 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2005년 도입됐고 현재는 매출 실적이 좋은 의료 기기 기업의 상장도 증가하고 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혁신 기업의 주요 상장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적자기업 상장'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증시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미 기술특례 제도의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중 6개가 기술특례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6곳이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알테오젠을 비롯해 레인보우로보틱스, HLB, 펩트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혁신기술을 앞세운 이들 기업은 코스닥 성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얻는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중국의 스타 마켓(STAR Market)과 ▲대만의 캐이탈털리스트(Catalist) 마켓 ▲홍콩의 그로쓰엔터프라이즈마켓(Growth Enterprise Market) 등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평가등급을 받으면 재무요건이 완화돼 상장이 가능하다. 두 개 평가기관에서 각각 A와 BBB 이상 등급을 획득하면 상장 요건을 충족한다. 지난달 말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총 270곳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1곳 ▲2022년 28곳 ▲2023년 35곳 ▲2024년 42곳 ▲2025년(10월 기준) 22곳이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전문가는 기술특례 제도가 코스닥의 성장성과 다양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특례상장 기업은 재무성과 없이 기술력만으로 상장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 성과는 일반 상장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술특례 제도는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로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 파두로 놀란 거래소…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기술특례는 올해로 만 20년이 됐고 그동안 270여개 기업을 상장시켰다. 하지만 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기 마련이다.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이 제도를 빛나게 만들었지만, 비슷한 바이오 기업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상용화를 하겠다며 상장했지만 신약 개발 계획은 허위였고 대표가 구속기소되면서 결국 투자자 5만명의 자금 1조원을 공중분해시키면서 상장 폐지됐다.
거래소는 기술특례의 신뢰 회복을 위해 평가 품질을 높이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기업기술상장부 내 1~3팀을 ▲바이오 ▲인공지능(AI)·정보기술(IT) ▲첨단제조·소부장 등으로 전문화했는데, 추가로 기술평가 심사 예측성을 높이고자 연말까지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한 기업들이 완화된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받다보니, 고질적인 적자에도 상폐되지 않고 '동전주'로 전락하거나, 작전주에 활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270곳 중 상장폐지된 곳은 셀리버리·유네코·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 3곳 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상장폐지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을 적시에 퇴출시키기 위해 상장유지 조건을 강화하고 퇴출 절차를 신속하게 바꾼다.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현행 40억원에서 2028년까지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매출액 기준도 코스닥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아진다. 상장폐지 절차도 코스닥은 심의단계가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전환되고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6개월로 단축된다. 거래소는 이의 일환으로 상장규정 및 세칙을 개정해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실적없이 기술력으로 올라온 기특 상장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상장 후에는 매출과 시가총액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거래소는 기술성평가 기관별 실사 및 평가보고서 품질을 점검할 예정이다. 반기마다 평가기관의 운영 결과를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시 관리 체계도 도입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평가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제도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기술특례 제도가 혁신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후속 관리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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