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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컸다 싶으면 코스피로…강남 원하는 기술주들
배지원 기자
2025.11.13 07:30:16
⑤ 셀트리온 이어 알테오젠·에코프로까지 코스피 이전 희망…기관자금 유치해야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2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1000선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코스피는 지수 상승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서로 수익을 챙기는 '대형주 중심 시장'이 됐지만 코스닥은 코스피 이전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의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에는 소부장·AI·바이오·칩스 등 신성장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의 생태계가 살아 있는 시장이지만 고착화된 2중대 수준의 브랜드를 탈피하지 못하면 중장기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M7을 모두 잉태한 나스닥처럼 코스닥이 날아오르게 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한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코스닥이 키운 기술 중심의 유니콘 기업들도 일정 규모에 오르면 하나둘 코스피가 있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례가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와 벤처의 산실이던 코스닥이 '스케일업 중간 기착지' 정도로 기능하면서 자본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성장한 기업이 떠나고, 남은 시장은 점점 천박해지는 악순환의 구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총 5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퓨처엠 ▲키움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알테오젠과 에코프로가 이전상장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23조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5.5%에 달한다. 코스닥에서 이 바이오 회사가 이탈하면 지수와 수급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오현영 기자)

시가총액이 커진 후 코스피로 이전하는 현상은 코스닥의 질적 공백을 심화시키고 있다. 상장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61곳에 그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대형 기술주가 빠져나가면서 지수는 탄력을 잃었고, 유동성도 코스피로 이동했다. 실제로 코스닥150 지수 내 알테오젠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11%에 달한다. 알테오젠이 편출될 경우 약 3300억~4400억원의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성공하면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치 서울살이에 성공한 이들이 자산을 좀 더 모을 수록 이른바 강남이라는 이미지로 대변되는 부촌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속성과 닮아있다. 근본 원인은 기관자금의 부재다. 코스피200 등 핵심 벤치마크가 기관투자 자금의 기준이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코스닥에 머물 이유가 줄었다. 국민연금과 연기금의 투자 기준이 코스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코스닥은 자금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 때문에 "코스닥도 공적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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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상장 기업의 시총은 코스피 이전 후에도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코스닥에서의 성장세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둔화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전체 이전상장 기업 중 67%에 해당하는 기업이 코스피 이전 뒤 연평균 시총 성장률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절 평균 26%였던 성장률이 코스피로 옮긴 뒤 5%로 줄었다. 코스닥에서 폭발적 성장을 거친 뒤 코스피에서 안정기에 들어가는 구조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코스닥에 남아 있을 경우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받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코스피 이전을 통해 거래량을 늘리고, 연기금 등 대형 기관의 투자 대상에 포함되는 등 시장 구조상 이점을 얻을 가능성을 높이 여기는 것이다. 결국 코스닥을 떠나게 하는 강력한 동력은 기관자금의 부재다. 코스피 시장은 기관·외국인 비중이 70%를 넘겨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기 유리하다. 패시브·액티브 자금도 활발히 유입된다. 반면 코스닥은 개인 비중이 85% 이상으로, 대형주라도 거래량이 코스피 종목에 비해서 제한적이다. 


정책적 유인도 미흡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3월부터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가 도입되고 민간 투자 분야에서는 IMA(종합투자계좌) 제도가 조만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시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내에서 우량주들만 따로 선별해 시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을 우량주와 비우량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모험자본 생태계 강화 방안 마련을 골자로 진행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나스닥처럼 3단계는 아니더라도 시장 내에서도 종목군을 구분지어 관리하면서 규모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자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가 시작되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기조가 강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짧은 시간 내에 4000포인트를 넘어서 5000을 향하고 있다. 증시가 살아나자 주주가치에 집중한 기업을 코스닥에 담을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르가 아니라 서열로 나뉜 인식 만큼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스닥의 양적 질적 성장에 관해서 만큼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은 혁신의 산실이지만 이 시장이 잉태해 배출한 과실은 코스피가 알토란처럼 쏙쏙 빼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나스닥처럼 우량 기술 기업이 영구히 머물면서 자본조달 활동을 원활하게 영위할 세제와 지수·연금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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