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1000선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코스피는 지수 상승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서로 수익을 챙기는 '대형주 중심 시장'이 됐지만 코스닥은 코스피 이전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의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에는 소부장·AI·바이오·칩스 등 신성장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의 생태계가 살아 있는 시장이지만 고착화된 2중대 수준의 브랜드를 탈피하지 못하면 중장기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M7을 모두 잉태한 나스닥처럼 코스닥이 날아오르게 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한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편집 줄삽입 줄삽입 삭제
코스닥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해 거래를 시작했지만 29년이라는 한세대가 지난 현재 서로의 위상은 천양지차다. 나스닥은 첨단 기술기업을 키워낸 성장 요람으로 불리며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000조원)를 자랑하는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 기업을 보유한 반면 코스닥은 코스피의 하부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얻는다.
동북아시아 한국의 부속시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코스피에 밀려 단기 투자 이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만 우글대는 투기적 시장이 됐다는 지적도 뼈아픈 현실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목적을 이루기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6% 오른 2만 3834.72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3.43% 오르면서 다우지수(11.26%), S&P500(16.50%) 등에 비해서도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AI 거품 우려에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린 셈이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10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3일 기준 연초 대비 33.2% 오르기는 했지만 무려 76% 상승한 코스피 지수에 비하면 빛이 바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7일 사상 최초로 4000을 넘어섰고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과 코스닥은 잠재력을 내세운 성장 기업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구성요소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나스닥에는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 포진해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기업이 모두 포함된다. 각 업종에서 최고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이다.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테슬라, 팔란티어, 메타 등도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기술주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이전상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나스닥이 혁신 기업을 키우는 시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투명하고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이다.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필요한데, 개인은 물론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나스닥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일단 나스닥은 시장의 등급을 나눠 운영한다. 단일 증권거래소 틀 안에서 글로벌 셀렉트 마켓과 글로벌 마켓, 캐피털 마켓으로 나누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업이 성장하며 재무 상태와 시가총액, 유동성 등 요건을 충족하면 캐피털 마켓에서 글로벌 마켓으로, 나아가 글로벌 셀렉트 마켓으로 내부 승격하는 구조다. 기업은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다.
투명한 경영을 강조하기에 규제도 엄격하다.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강제하고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등 핵심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한다. 기업 스스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또 정보 공시 의무를 부과하며 위반 시 거래소는 물론 규제 당국이 다각적 제재를 가한다. 기업만이 아니라 경영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유망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도 있다. 직상장이다. 직상장은 신주를 발행하는 절차 없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그대로 거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나스닥은 성장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자금 조달 기능까지 더해 자본 조달형 직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스포티파이와 팔란티어, 코인베이스 등이 직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데뷔했다.
이런 나스닥을 벤치마크 삼아 코스닥도 질적 제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퇴출 요건을 강화하고 기업 유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변성환 코스닥 기업심사부 팀장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나스닥처럼 세계적인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시장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은 장기 전망보다는 단기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상태"라며 "시장 구조를 기관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나스닥이 전문 투자자 유치를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처럼 코스닥도 건전하고 투명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고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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