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한미 상호 관세 협상이 타결되자 가전업계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25% 상호 관세에서 15%로 줄어든 만큼 안도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협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전제품의 생산지를 멕시코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상호 관세 협상 결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상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히며 내달 1일부터 발효 예정이었던 25% 상호 관세율을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가전업계는 25% 관세가 그대로 부과되지 않게 되자 "최악은 면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상호 관세가 부여되는 주요국과 같거나 나은 조건으로 책정돼 다행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예고한 뒤 이를 유예하고, 10%의 기본 상호 관세를 부과해왔다. 게다가 지난 23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면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을 부과 대상에 포함했다. 이로 인해 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15% 상호 관세 결정은 안도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철강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데다, 이들이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월풀 등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아직 철강 관세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상호 관세 15%에 철강 관세까지 감안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경쟁사의 대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풀이 주요 경쟁사이긴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은 수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아직 관세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 모두 한국뿐 아니라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해당 국가들과의 협상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두 기업이 생산 거점을 멕시코와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만큼 멕시코의 상호 관세가 핵심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멕시코 등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은 주로 한국, 멕시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LG전자의 주요 해외 생산지는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이며, 대미 수출 상품은 주로 미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된다. TV 제품의 경우 두 회사 모두 멕시코가 주요 생산지로 파악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두 기업 모두 미국 수출품을 멕시코 혹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건조기의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상호 관세가 발효될 경우, 미국과 멕시코 생산지의 공급을 확대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멕시코의 상호 관세율은 25%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30%의 상호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후 멕시코는 협상팀을 여러 차례 워싱턴에 급파해 논의에 나섰지만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들은 현지 시각 31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간 통화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당 국가들의 협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국가는 멕시코다. 현재 30%의 관세가 예고돼 있지만 실제 부과될 경우 오히려 한국에서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글로벌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세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생산 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스윙 체계를 기반으로 제조 원가, 물류비, 관세 등을 고려해 최적의 생산지 전략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도 31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미 양국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본다"며 "이번에 발표된 합의 세부사항에 대한 양국 간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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