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김규희 기자] 고려아연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학계로 번져 학술단체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재무학회가 관련 학술사업을 철회한 데 이어 한국경영학회마저 유사한 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과정에서 학회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학회는 최근 '펀드자본주의의 도래와 점검'이라는 제목으로 사모펀드가 국내 산업과 기업 지배구조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하는 학술연구지원사업을 공지했다. 해당 사업은 앞서 한국재무학회가 고려아연의 후원 아래 추진하다가 편향성 논란으로 철회했던 학술사업과 내용이 동일한 것이다.
연구자에게는 최대 700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될 예정이었으며 공고에 첨부된 응모 신청서에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홈플러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OB맥주 ▲KCGI의 한진칼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한샘 등 국내외 주요 PEF 거래가 사례연구 명단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이 학술사업 공지가 올라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복수의 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지는 특정 교수의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수는 고려아연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어,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고려아연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학회 내부에서는 MBK의 포트폴리오사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인연을 맺은 교수들도 존재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학술사업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MBK 외에도 어피니티, IMM PE 등과 친분이 있는 교수들이 사모펀드가 악마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학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태에 정통한 한 학계 관계자는 "재무학회와 경영학회 모두 고려아연이 후원하려 했던 학술사업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나뉘어졌다"며 "특히 경영학회는 게시 경위와 사업 진행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학회장이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은 이번 학술사업의 편향성 우려와 공지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영학회는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던 공고를 내리고 관련 절차를 모두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지 메일을 소속 교수진들에게 발송했다.
이를 두고 학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권위 있는 학회가 특정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학술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재무학회에 이어 경영학회까지 국내에서 권위 있는 학회들이 연이어 논란에 휩싸이면서 학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학회가 연구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영학회 관계자는 "학술사업이 편향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관련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며 "연구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중립적이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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