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저전력 D램 모듈 '소캠'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마이크론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대응하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소캠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멀티 벤더로 함께 납품하게 되더라도, 초도 물량 공급 우선권은 마이크론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고안한 차세대 시스템 메모리 아키텍처다. LPDDR5X를 16단으로 적층한 뒤 4개씩 묶는 구조로, 기존 GDDR 기반 메모리의 발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에 소캠 개발을 의뢰했으며, 이 중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공급사로 선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현재 엔비디아의 소캠 공급망에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의 LPDDR5X는 웨이퍼 마스킹 공정이 안정적으로 구현돼 비교적 빠르게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공급 우선권은 마이크론이 상당수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미국 기업이라 얻는 이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론 제품의 퍼포먼스를 가장 높게 평가한 건 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도 순조롭게 납품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으나, 제일 먼저 승인 받은 건 마이크론인 만큼 초도 물량의 공급 우선권도 (마이크론이)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해에는 마이크론이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공급망 진입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AI 컴퓨팅에 최적화된 LPDDR 기반의 서버용 모듈인 소캠2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엔비디아에 경쟁사보다 많은 양의 소캠 모듈 샘플을 공급하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소캠의 발열 기준을 HBM만큼 타이트하게 적용할지가 삼성전자의 납품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LPDDR5X 제품이 전력 효율 면에서 경쟁사 대비 밀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HBM은 칩 자체가 GPU에 바짝 붙어있다면, 소캠은 메인 CPU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배치된다. 모듈 수도 HBM처럼 빽빽하게 들어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발열 기준을 통과하는 조건이 HBM만큼 까다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소캠 퀄 테스트를 통과한 마이크론의 LPDDR5X는 1베타(β) 공정을 사용한 제품이다. 향후에는 마이크론이 새롭게 개발한 1감마(γ, 1c에 대응) 공정 기반의 LPDDR5X가 추가로 탑재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초기에는 1β 제품을 납품하더라도, 향후 1γ 제품의 양산이 순조롭게 진행될 시 이를 추가로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능뿐 아니라 생산량도 높아져 양사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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