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딥시크의 출현 이후 중국의 AI 기술이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의 견제로 경쟁에서 뒤처졌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국의 기술력이 놀라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외면 받았던 중국의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중학개미의 투자 열기에 부응해 13일 'PLUS 차이나AI테크TOP10'을 출시했다. 이름 그대로 중국의 AI 산업을 이끄는 10개 거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의 AI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투자자들의 니즈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 질주하는 타이탄 7
미국에 매그니피센트 7이 있다면 중국에는 타이탄 7이 있다. 타이탄 7은 소시에테 제네랄이 선정한 중국 7대 빅테크로,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비야디(BYD), SMIC, JD그룹, 넷이즈 등을 의미한다. 이 기업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을 내재화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 기업이 주목받는 건 놀라운 주가 퍼포먼스 덕분이다. 중국의 대표 테크 지수인 항셍 테크 지수는 미국을 압도하는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타이탄 7의 주가 상승률은 이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가령 22일 기준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야디(BYD) 주가는 연초 대비 76.68% 올랐다. 샤오미와 알리바바 그룹은 각각 56.47%와 46.49%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펀더멘털도 주가 퍼포먼스를 뒷받침한다. BYD는 올해 1분기 15.4%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 1등으로 우뚝 섰다. 라이벌인 테슬라를 3%포인트 넘게 따돌리며 우위를 입증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BYD의 순차입금은 -137억 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로 사실상 차입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셈이다.
기술력도 빼놓을 수 없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스(AP)를 자체 개발했다. TSMC의 3나노미터(nm) 첨단 공정을 활용해 성능을 대폭 높인 게 특징이다. 실제 이 반도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 Gen3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JD그룹의 징둥닷컴은 빅데이터 기술을 고도화해 물류센터별 예상 주문 상품을 미리 구비하는 방식으로 배송 속도를 높였다. 또한 교통이 혼잡한 도심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타이탄 7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도 있다. 바이두, 메이퇀, 레노버 등이다.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는 검색 엔진 사업을 하며 자율주행 산업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이퇀은 중국 최대의 배달앱을 운영하고, 레노버는 개인용컴퓨터(PC)부터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제조한다.
◆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성장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본래의 주력 사업만이 아니라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도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알리바바 그룹은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였고 이 연장선에서 애플의 AI 파트너로 낙점되기도 했다. 텐센트는 딥시크에 버금가는 AI 추론 모델 훈위안 T1을 공개했다. 바이두는 중국 빅테크 최초로 챗GPT를 겨냥한 AI 챗봇을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성격이 강해 정부가 각종 산업과 주요 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핵심 전략 산업으로 AI를 지정했으며,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바이두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알리바바 그룹은 스마트시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수혜를 봤다.
게다가 이를 제외하더라도 첨단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이용자를 보유해 AI 학습에 유리하다. 또한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데에서도 전향적이다.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인 덕분에 뛰어난 인적 자원이 넘쳐난다는 것도 장점이다.
◆ AI에 투자하면서도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PLUS 차이나AI테크TOP10은 중국 AI 산업 전반에 투자한다. 포트폴리오에는 타이탄 7을 포함해 뛰어난 AI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포진해 있다. 22일 기준 BYD가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으며, 그 뒤로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넷이즈 등이 10% 이상을 차지했다. 즉, 이 상품 하나로 AI 산업을 이끄는 유망 기업 모두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체 포트폴리오 운용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상품은 일종의 헤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AI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두 국가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뚜렷한 승자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양국 모두에 투자했을 때 손실 위험을 낮추고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23년 유사한 콘셉트의 PLUS 미국테크TOP10을 출시한 바 있다.
게다가 미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 관세 충격으로 인해 하락하기는 했지만 AI 종목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높다. 가령 엔비디아의 현행 PER은 44배가 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현행 PER도 34.97배다. 팔란티어의 현행 PER은 무려 500배 이상이다. 반면 중국 증시는 지난 몇 년간 외면 받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다.
한화자산운용은 딜사이트에 "이 상품은 중국 증시의 중장기 반등세를 기대하면서도 개별 종목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며 "특히 이미 주목 받고 있는 기업에 분산 투자하고 싶거나 차세대 기술 분야에 선제적으로 노출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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