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할 제도적 유인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온다. 유동성비율(LCR)과 위험가중치 산정 방식을 완화하는 등 증권사의 글로벌 행보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지만, 각 증권사의 해외법인 상황이 상이한 탓이다. 업계 일각에선 제도적 효과가 선택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 해외 진출 유인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해외 자회사의 현금성 이익잉여금을 3개월 유동성비율 산정 시 유동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다. 둘째, 해외 현지법인이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국가의 대표지수 편입 주식에 투자할 경우, 개별 위험값을 기존 12%에서 8%로 낮추는 내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인센티브 방안은 감독당국과 업계, 금융투자협회와 반 년 넘게 논의해 마련한 결과물"이라며 "건전성 틀 안에서 글로벌 진출을 장려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식을 고민한 끝에 도출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완화가 곧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도 타 금융업권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규제 완화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인 탓이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위한 유동성·건전성 규제 완화는 금융업권 전체를 통틀어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이처럼 명확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규제 완화가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 이익잉여금 규모가 작거나 아직 현지 투자 전략이 뚜렷하지 않은 회사들의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긍정적이긴 하나, 당장 해외 진출을 결심할 정도의 유인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체감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진출해 있는 일부 회사에는 혜택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는 증권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증권사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를 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규제 완화의 효과를 즉각 체감하기 어렵지만 대형사의 해외 진출 가속화로 중소형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에 주는 신호는 작지 않다"며 "글로벌 전략을 앞서 실행해온 대형사에는 실질적 기회가 될 것이고, 중소형사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간접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대와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지만 제도의 효과가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 ▲현지 네트워크 부족 ▲전문 인력 확보 문제 ▲시스템 구축 미비 등 장애물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애물로 지적되는 부분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각 사의 전략적 판단과 역량 축적이 병행돼야 한다"며 "제도의 틀이 마련된 만큼 향후에는 기업들의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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