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 증권사들이 지난해 현지법인에서 순이익 4000억원 이상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현지법인을 통한 채권 중개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관련된 트레이딩 이익이 확대되면서 전체 순이익도 증가를 견인했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4년 국내 증권회사 해외 점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한국 증권사 15곳의 현지법인 70곳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 2억7220만달러(약 4002억원)을 올렸는데 전년대비 155.5%(2436억원) 늘어났다.

이 순이익 합산치는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증권사 15곳에서 지난해 거둔 연결기준 순이익의 7.3% 수준이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해외 점포 70곳에서 38곳(54.3%)은 지난해 순이익을 냈고 32곳(45.7%)은 순손실을 봤다.

금감원은 "한국 증권사 15곳의 지난해 현지법인 순이익이 전년대비 늘어난 주된 원인은 채권 중개나 ETF 관련 업무 등의 트레이딩 업무 이익 증가"라며 "현지법인을 비롯해 해외 점포가 위치한 국가 15곳에서 10곳은 순이익이 났지만 나머지 5곳은 순손실이 시현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권사 15곳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15개 국가에 현지법인 70곳과 해외사무소 10곳 등 전체 해외 점포 80곳을 운영 중이다. 이 15곳은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종합금융투자회사 9곳과 일반 증권사 6곳으로 구성됐다. 

미국·홍콩·베트남 등 10개 국가에서는 지난해 현지법인 순이익이 2억9350만달러(약 4081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영국·태국 등 5개 국가에서는 현지법인 순손실 2120만달러(약 295억원)가 발생했다. 

현지법인 70곳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342억8000만달러(약 50조4000억원)으로 한국 증권사 15곳 전체 자산의 8.9%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 10%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지법인 70곳의 자기자본은 81억4000만달러(약 12조원)으로 5.6% 증가했다. 증권사 15곳의 자기자본 합산치와 비교해도 18.5% 수준에 이른다. 현지법인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이익잉여금(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의 결과로 쌓인 이익이 사내에 유보된 부분)도 확대된 영향을 받았다.

증권사별 해외 점포 수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22곳 ▲한국투자증권 11곳 ▲NH투자증권 8곳 ▲KB증권 6곳 ▲신한투자·삼성증권 5곳 ▲다올투자증권 4곳 ▲대신·리딩투자·한화투자·키움증권 3곳 ▲하나·유안타·토스증권 2곳 ▲SK증권 1곳 순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점포가 58곳(72.%)에 이른다. 그 뒤를 ▲미국(14곳) ▲영국(6곳) ▲그리스(1곳) ▲브라질(1곳)이 이었다. 지난해 현지법인의 신설 건수는 10곳, 폐쇄 건수는 3곳이다. 

금감원은 "한국 증권사 현지법인의 순이익 시현은 미국·홍콩·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됐다"면서도 "최근 증권사들이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유럽 등 선진국에도 점포를 신설하는 등 진출 지역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