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현대건설이 23년만에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은 'AA-'인데, 등급이 하락하면 A급으로 바뀌게 된다. 이경우 AA급까지만 포함되는 우량채 대열에서도 이탈할 수 있으며, 우량채 간판이 사라지는 데 따른 조달여건 악화 및 금융비용 상승 등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4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2201억원, 순손실 7364억원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3년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7854억원, 6543억원이었지만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음에도 원가율 급등 및 자회사 해외손실 영향으로 조 단위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봤다.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 5125억원, 순이익 394억원을 내며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4분기에만 영업손실 1조7300억원, 순손실 1조1300억원을 인식했다.
일시에 조 단위 손실을 인식하면서 현대건설의 연간 실적 역시 전자 전환했다. 조 단위 대규모 적자 탓에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등 3곳에서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세 곳 모두 현대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규모 손실 여파로 신평사에서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요인을 충족하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대규모 순손실, 수익성지표 악화, 부채비율 상승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EBITDA마진율(EBITDA/매출액) 3% 미만(3년 평균) ▲부채비율 150% 이상(최근 결산) ▲해외 플랜트 또는 국내 주택사업 대규모 손실 등이다.
현대건설의 2022년, 2023년 연결기준 EBITDA마진율(EBITDA/매출)은 각각 3.5%, 2.9%다. 매출은 ▲2022년 21조2391억원 ▲2023년 29조6514억원 ▲2024년 32조6944억원으로, 최근 3년 평균 매출은 27조8616억원이다. 3년 평균 EBITDA마진율이 3%를 웃돌기 위해서는 EBITDA의 3년 평균치가 8359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건설의 EBITDA는 2022년에 8557억원, 2023년에 1조387억원이었다. 3년 평균 값이 최소 8359억원이 되려면 2024년 EBITDA가 최소 6131억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2024년에 1조2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보면서 EBITDA 역시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3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출한 EBITDA마진율은 3%를 밑돌게 된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 규모가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10조7564억원의 10% 수준에 이르는 데 따라 자본규모 감소에 따라 부채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2024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32.2%였는데, 2024년 말에는 178.8%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등급 하향 기준으로 제시된 150%를 상회한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이익 및 순이익 전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으로는 해외 플랜트사업 부진이 꼽힌다. 특히 현대건설 종속회사인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비롯한 주요 해외 사업장에서 예정원가를 조정하며 일시에 조 단위 추가 원가를 인식했고, 2024년 4분기에만 1조431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이 연결실적에 반영되면서 현대건설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이에 더해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현장 등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한 추가 원가와 주택사업 원가 급등도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건설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현장별 구체적 원인과 향후 영업실적 개선 가능성, 재무적 대응력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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