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현대건설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차후 자금 조달 시 불리한 금리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월에만 33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차환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이 예상된다. 현금상환을 택할 경우에는 유동성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2월17일과 28일에 각각 2500억원, 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2020년 2월17일 발행했던 5년물 2500억원과 2023년 2월28일 발행했던 2년물 800억원이다.
2월 만기 예정인 3300억원 회사채의 금리는 1.904%(2500억원), 4.419%(800억원)로 연간 금융비용은 약 83억원이다. 가중평균 금리는 2.51%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월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었다. 2년물 1500억원, 3년물 1300억원, 5년물 200억원 규모다. 당시 발행금리는 2년물 4.119%, 3년물 4.175%, 5년물 4.371%로 모두 4%를 웃돌았다. 현대건설 회사채의 개별민평금리에 2년물과 3년물은 0.05%p(포인트), 5년물은 0.1%p의 가산금리가 붙는 조건이었다.
현대건설의 개별민평금리는 1월말 기준으로 1년물부터 5년물까지 모두 3.12%~3.47% 사이에 분포해 있다.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3300억원을 지난해와 비슷한 조건에서 차환한다고 가정하면 3%대 중반 수준의 금리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하락 등 영향으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발행조건이 개선되지만, 만기가 예정된 3300억원의 가중평균금리가 2.51%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더해 현대건설이 지난해 조 단위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내면서 금리 밴드 상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등 3곳에서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 영향으로 한신평에서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신평사 세 곳 모두 현대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다. 한신평이 현대건설의 신용도를 낮추더라도 나머지 두 곳에서 부여하는 등급에 변화가 없다면 현대건설의 유효등급은 기존 AA-로 유지된다. 다만 신용등급 스플릿(신평사간 불일치) 상태가 되면 향후 외부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은 확대될 수 있다.
신용등급은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 등을 결정 짓는 핵심 요소다. 2곳 이상의 신평사에서 수익성,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아야 한다. 각 신평사에서 부여한 등급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금리 조건은 더 낮은 신용등급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2201억원, 순손실 7364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4분기에만 영업손실 1조7300억원, 순손실 1조1300억원을 인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의 자본규모는 10조7564억원이었는데, 4분기에만 자기자본 10% 수준에 이르는 순손실이 발생했다. 자본규모 감소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이 예상되는데, 2024년 3분기 말 132.2%였던 부채비율이 2024년 178.8%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건설은 2월 만기가 도래하는 3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상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3조9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금상환 규모가 유동성에 큰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현대건설의 전체 PF 우발채무 규모가 10조원을 웃도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본PF로 전환하지 못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정비사업 제외)의 우발채무는 약 4조원으로 현금성 자산 규모를 웃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대규모 손실 인식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여전히 우수한 수준"이라며 "다만 PF유동화증권 등의 차환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당분간 회사채 및 PF유동화증권의 차환 진행 상황 등을 살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