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반영한 일명 빅배스(Big Bath)를 두고 그 의도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아에서 넘어온 주우정 신임 대표가 재무전문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주 대표의 선임 목적 중에 빅배스를 통한 손실 털어내기가 예정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다시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이란 추측도 있으나 현대엔지니어링 측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2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 1조2401억원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3년만에 기록한 대규모 적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간 높은 원가율이 수년간 지속되며 낮은 영업이익률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번 영업손실 반영도 업계 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란 반응이다.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은 해외 플랜트 사업의 원가 상승이 지목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재무통 출신인 주 대표가 현대엔지니어링에 오면서 수익성 관리에 고삐를 조일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그 첫 단계로 대규모 손실을 처리했을 것이란 논리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발목을 잡아 온 부실을 털어내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그간 평균 대비 다소 높은 6331억원을 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 10년 간 평균 영역이익이 5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다면 빅배스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특히 모회사인 현대건설도 올해부터 이한우 대표로 수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실이 양사 신임 대표의 향후 경영성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찌감치 해소하려고 한 시도로 읽힌다.
향후 기업공개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기업공개에 나서지는 못할지라도 이를 위한 준비작업일 가능성은 열려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에 새롭게 자리한 주우정 신임 대표 외에도 박희동 신임 재경본부장(CFO) 역시 기아 출신이다. 대표이사와 CFO가 같은 회사서 건너온 만큼 서로 손발을 맞춰 수익률 극대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대표가 과거 기아 재직 시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력이 있는만큼 비용을 통제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태이기도 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재무전문가들이 넘어와 기업공개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도신규 전 재경본부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기업공개를 추진했지만 시장상황을 비롯한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쳐 결과는 좋지 못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참패하며 스스로 포기했다. 당시 구주매출 비중이 높아 흥행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1.72%)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68%) 등으로, 오너가의 구주매출 비중이 예상보다 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손실처리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단기적인 기업공개 재도전 목적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률을 모두 개선해 장기적인 내실 다지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도 높은 수준으로 잡았지만 수주 가이던스도 과거보다 규모가 크다. 지난해 수주는 12조원으로 올해 목표치는 이보다 더 높은 13조165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익률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매출 규모를 함께 키우면서 내실을 모두 챙기겠다는 의도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사업 현장의 리스크를 선제적 반영한 결과"라며 "IPO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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