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조 단위 빅배스를 단행하며 올해부터 이익체력 및 재무지표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고속도로 붕괴사고 여파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붕괴 현장 재시공 비용 및 사고 관련 보상금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 개선 여력이 줄어드는 탓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간 건설공사 제9공구 공사비는 약 1925억원으로 책정됐었다.
9공구 범위는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양대리에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까지 이어지는 약 4.1km의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터널 3곳과 교량 9개소가 포함된다.
사고는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에 위치한 청룡천교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교각 위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사망자 4명, 중경상자 6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무너진 교량의 길이는 세종방면 275m, 안성방면 265m로 사고 구간의 재시공 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IM증권은 "붕괴사고 수습에 300~350억원 수준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9공구 전 구간 재시공으로 이 때는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 2000억원에 이르지만, 공정의 분절성을 고려할 시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년 9공구 수주 당시 호반산업 등과 손을 잡고 사업을 따냈었다. 지분율은 50%, 30%였지만 지난해 말 범양건영이 컨소시엄에서 빠졌고 시공비율은 현대엔지니어링 62.5%, 호반산업 37.5%로 조정됐다.
재시공 비용을 시공비율로 나누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부담할 금액은 소폭 줄어들게 된다. 다만 재시공 비용은 추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근 5년 연결 순손익을 살펴보면 ▲2020년 1739억원 ▲2021년 2481억원 ▲2022년 1034억원 ▲2023년 2020억원 ▲2024년 -9906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면서 1조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이를 제외하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의 4년 평균 순이익을 계산하면 1819억원이다.
재시공 비용이 300억원이라고 가정했을때, 이는 현대엔지니어링 최근 순이익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사금액이 2019년 책정됐고, 2022년부터 건설원가 급등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재시공에 따른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붕괴사고로 인해 사고현장 철거 및 재시공 비용 등을 부담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7653억원을 올렸었다. 1년 전보다 13% 증가했지만, 해외 플랜트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탓에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봤다. 연간 영업손실은 1조2361억원, 순손실은 9906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을 두고 그동안 누적된 부실 요소를 일시에 터는 빅배스로 해석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겠다는 포석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붕괴사고로 대규모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되면서 이와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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