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장 건설사 범양건영이 책임준공 약정에 발목 잡혀 PF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은 사례가 1년여 만에 반복됐다. 건설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더해 부채 급증 등 재무건전성 저하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원가 급등…3년 연속 적자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범양건영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97억원, 순손실 323억원을 냈다. 2023년 100억원 수준이던 영업적자 폭은 1년 사이 3배 수준으로 커졌고, 91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범양건영의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이르렀지만 2021년 30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2022년에는 123억원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 84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원가 급등 탓에 2022년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적자로 전환한 뒤 3년 연속 적자다.
범양건영은 공사수익, 물류창고 임대수익, 기타수익 등을 영업수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토목, 건축 등 공사매출의 비중이 평균 95%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적자전환 첫 해인 2022년 범양건영의 매출은 1198억원, 매출원가는 1213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101.3%였다.
같은 기간 공사매출은 전체 매출의 94%에 이르는 1127억원이었고 공사원가는 1164억원이었다. 공사원가율은 무려 103.23%에 달했다. 전체 매출원가 가운데 공사원가가 96%를 차지하며 매출원가율 상승의 주범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범양건영은 2023년 건설원가율을 98%로 낮췄고 이에 전체 매출원가율도 96%로 소폭 하락했다. 덕분에 50억원가량의 매출총이익을 냈지만, 150억원에 이르는 판매관리비 탓에 1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피하지 못하며 적자행진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건설원가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범양건영의 공사원가율은 118.7%까지 치솟았고 이에 전체 매출원가율도 115.0%로 상승했다.
◆부채비율 400% 훌쩍…책준 채무인수 부담 '눈덩이'
범양건영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급격한 부채비율 상승도 겪고 있다. 최근 책임준공 약정 미이행에 따라 1000억원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를 떠안으면서 범양건영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범양건영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97.48%로 집계됐다. 2023년 말 부채비율이 210.48%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300%포인트(p) 상승했다.
2023년 말 1308억원이었던 부채 총계는 1년 동안 1635억원으로 늘었다. 증가 폭은 25%에 불과했다. 다만 같은 기간 자본규모가 621억원에서 329억원으로 47%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최근 범양건영은 책임준공 기한 미준수에 따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를 인수하게 됐다. 앞서 2021년 9월 수주했던 마포 오피스텔 신축사업장으로, 올해 2월17일까지였던 준공기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시행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일으켰던 PF대출이 범양건영에 넘어갔다.
채무인수금액은 1098억원으로, 시행사 한토플러스 외에 범양건영에도 중첩적 채무인수 의무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300억원대에 불과한 범양건영이 무려 1000억원대의 채무를 인수하게 된 상황이다.
범양건영은 지난해 2월에도 300억원대 채무인수 의무를 부담했었는데, 약 1년 사이에 두 차례나 시행사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채무인수에 따라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물론,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범양건영은 "채무인수 의무가 발생한 현장의 분양잔금 및 미분양 세대 담보대출 등으로 PF대출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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