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장 건설사 범양건영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2024년 재무제표를 두고 '의견거절'을 통보받으면서다.
범양건영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이의신청 및 개선계획 제출 등을 통해 폐지사유를 해소할 예정이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양건영은 2024년 매출 913억원, 영업손실 378억원, 순손실 428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3년 연속 영업손실 및 순손실이 이어졌다. 장기간 이어진 적자행진 탓에 범양건영은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결손금은 441억원으로 불어났고, 이에 1년 전 613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16억원으로 감소했다. 납입자본금 275억원을 밑돌면서 자본잠식상태가 됐다. 지난해 10월 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자본잠식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자본잠식상태에 빠지면서, 범양건영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외부감사인은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 등을 사유로 2024년 재무제표 의견거절을 결정했다.
이 외에도 범양건영의 유동성 여력이 정상적 영업활동을 이어가기 힘든 수준까지 저하된 점도 의견거절 사유로 꼽혔다.
지난해 말 범양건영의 유동자산은 32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815억원에 이르렀다.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잔여 만기 1년 미만의 부채(유동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통 200% 이상일 때 단기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유동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기업에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본다. 벙양건영은 2023년 말 유동비율이 93%로 하락한 뒤 2024년에는 40%선까지 밀린 상황이다.
외부감사인은 감사의견을 도출하는 데 있어서 재무제표 주요항목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는 점도 의견거절 사유로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매출채권의 회수가능성 ▲우발부채 및 충당부채 ▲법인세비용 및 이연법인세자산 ▲종속기업기업 투자주식 및 대여금 등 항목이 꼽혔다.
범양건영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채권 규모는 225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기준 매출채권 규모가 8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증가 폭은 181%에 달한다.
매출채권은 유동자산에 포함되는데, 매출채권이 3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나는 동안, 전체 유동자산 규모는 2023년 말 412억원에서 지난해 말 328억원으로 20%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유동자산에서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69%로 급상승했다.
이처럼 매출채권 규모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가운데 매출채권의 실재성 및 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따르면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같은 규정 제25조에 따라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심의를 통해 최장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재감사를 통해 의견 '적정' 또는 '한정'을 받을 경우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범양건영은 상장 유지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이의제기 및 개선계획 제출을 마쳤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성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종속회사 삼진앤컴퍼니는 앞서 3월 부산시 강서구 미음동 1651-1번지 일원 공장용지를 처분했다. 삼진앤컴퍼니는 범양건영의 손자회사다. 고려종합물류가 삼진앤컴퍼니 지분을 100% 들고 있으며, 범양건영은 고려종합물류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해당 토지의 처분금액은 162억원으로, 장부가액이 13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1억원의 매각 차익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범양건영은 만기 보유 예정이었던 임대주택 리츠의 지분 매각 및 미수금 회수 등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