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기존 자금 조달 방식인 '1년물 CP'를 다시금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신한투자증권의 조달 키워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 장기화'였다. 하지만 최근 1300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12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이달 4일과 5일 양일 동안, 600억원씩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만기는 내년 10월 말로 1년물에 가까운 수준이다.
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만기도래 채무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CP는 350억원, 사채는 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조달 키워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 장기화'였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해외 기업 인수금융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여유 자금 적립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이 같은 조달 기조 변화에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회에 걸쳐 공모 회사채(공모채) 시장에 나와 7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해 필요자금을 마련했다. 발행 규모는 2018년 7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 이래 최근 10년 간 가장 큰 발행액 수준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도 세워뒀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추가 공모채 발행 계획은 결론적으로 잠정 연기됐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LP(유동성공급자) 부서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 규모 손실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이로써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조달 키워드(차입 장기화) 역시 내년으로 잠정 연기됐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사건으로 인한 손실 규모를 회계 처리한 뒤 회사채 발행에 나서야,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조달 방식이던 CP 발행을 통해 필요 자금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발행이 무산된 지난 10월에도 신한투자증권은 26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직후에도 원활하게 CP 발행이 진행된 점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 안정화 전략은 내년에나 다시 가동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전략은 자금 조달 기조를 안정화하기 위함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금융 사고들로 인해 올해는 재발행에 나서기 어려울 것 같고, 내년쯤으로 발행 일정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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