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국민연금이 이번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도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기존 고려아연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2.4%를 우호세력에 매각하고 우군인 베인케피탈이 2.5%를 확보하면 이 회사 지분율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보다 근소하게 높은 까닭이다.
고려아연은 베인케피탈과 공개매수를 함께 진행 중이다. 특히 베인케피탈이 2.5%를 확보하려는 계획은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물량은 전량 소각하지만, 베인케피탈의 지분은 우호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영풍정밀을 포함한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15.65%다.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이 백기사로 남는다고 가정하면 18.4%의 지분율이 더해져 총 34.05%가 된다. 여기에 베인케피탈이 2.5%의 지분을 확보하면 36.55%까지 늘어나게 된다.
고려아연의 승부수가 아직 남아있다. 기존 자기주식 2.41%를 우호지분에 매각하는 것이다.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물량은 전액 소각인 만큼 매각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매각은 가능하다. 자기주식이 우호세력에게 넘어간다면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총 지분율은 38.96%까지 상승한다. 다만 해당 자기주식은 신탁계약에 묶여 있는 만큼 계약이 끝나는 11월 8일 이후 활용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이번 공개매수에 청약한 물량 추정치가 약 5.34%(110만5163주)다. 해당 연합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 더해 38.47%까지 상승한다. 최윤범 회장 측이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을 우호세력에 매각한다면 여전히 지분율에서 0.49%p의 우위를 가져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이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경영권 분쟁에서도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율은 6월말 기준 7.83%다. 만약 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 분쟁 사례처럼 절반 가량을 공개매수에 참여하거나 장내에 매도하더라도 여전히 3.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율 차이가 미묘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민연금의 선택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 당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이 상정한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3.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패시브펀드도 변수가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로만 보면 올해 3월에 있던 정기주주총회 양상이랑 비슷해 보인다"며 "이럴 경우 국민연금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월에는 국민연금이 정관변경까지 찬성했지만 이번에는 지켜봐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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