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의 자기주식 취득 물량을 늘린 이유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모두 팔지 못할 경우를 우려해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한 후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다만 이번에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매수물량을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전부 공개매수를 통해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11일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렸다고 공시했다. 또한 매수 예정 수량도 414만657주로 늘렸다. 베인케피탈이 매수하는 물량은 동일하고,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주식 수가 늘어났다. 전체 주식 수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한 가운데 매수물량까지 확대해 소요되는 자금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만약 매수물량을 기존과 동일한 372만6591주로 하고 매수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한다면 자금은 3조3167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조정된 물량으로는 3조6852억원이 소요된다. 3000억원 넘는 금액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유통물량을 전부 다 매입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보유물량을 전부 매도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마감일이 14일로 먼저 종료되는 MBK파트너스-영풍 공개매수에 일부 응한 다음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어느 쪽이든 신청된 공개매수 요청이 매수물량을 넘으면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입해 일부분은 매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수물량은 MBK파트너스-영풍은 최대 14.6%였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18%였다. 즉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매수물량을 확대한 셈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유통물량은 15~20% 안팎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우호지분을 뺀 지분율에서 국민연금(7.83%), 자기주식(2.4%), 패시브펀드(5.9%) 등을 다시 차감한 수치다. 패시브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만큼 해당 지수에서 고려아연을 제외하지 않으면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도 최윤범 회장이 이런 결단을 내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확실한 베네핏이 있어야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더 참여할 것으로 내다봐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최대 물량을 20%까지 늘리면서 실질적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물량 전체를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질 유통물량을 사실상 전부 매입하는 만큼 주주와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이후 주가 하락 등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가격과 물량을 모두 확대하면서 차입금에 대한 부담은 심화될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이 기존 1조1645억원에서 42.4% 증가한 1조6545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로 인해 공개매수에 쓰이는 총 차입금은 베인케피탈을 제외하고도 2조6545억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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