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에이블리가 알리바바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투자를 유치할 계획인 가운데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가 구주 투자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밸류)에 구주를 내놓은 기존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알리바바 투자를 3차례로 나눠 유치하는 배경에도 구주를 매각할 기존 투자자들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연내 진행하는 에이블리의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구주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기관 투자자와 경영진 등을 제외한 초기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를 포함해 알리바바는 총 3차례에 걸쳐 에이블리에 1000억원 가량을 베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향후 2·3차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논의 단계다. 다만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의 후속 투자 역시 구주 매입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와 투자 논의를 시작한 단계부터 줄곧 구주 투자를 희망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블리는 최근까지도 알리바바에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의 투자 배경으로는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공산품, 식품 등을 넘어 패션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에 국내 패션 플랫폼 1위인 에이블리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에이블리 역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만큼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해 알리바바와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향후 2·3차 후속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알리바바가 구주 투자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책정한 에이블리의 기업가치가 신주 대비 상당히 저평가되서다. 이에 해당 밸류에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1차 투자에서 알리바바가 에이블리 구주를 매입하기 위해 책정한 기업가치는 7000억원~8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에이블리의 시리즈C 투자 추진 당시 거론되던 기업가치가 2조원임을 감안하면 신주 몸값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알리바바가 이번 투자를 3차례로 나눠 진행하는 배경에도 에이블리가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 투자자들이 알리바바가 제시한 기업가치에 엑시트를 꺼리다 보니 알리바바가 우선 1차적으로 초기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책정한 에이블리의 구주 가격이 저평가되다 보니 기관 투자자들이 구주를 내놓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리바바가 이번 투자를 3차례로 나눠 진행하는 점 역시 구주를 내놓을 투자자를 충분히 모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바바가 구주 투자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에이블리 주식을 보유한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신한벤처투자 ▲스틱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벤처 대출(500억원)을 포함한 이 회사의 누적 투자액은 223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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