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서울 신도림역에 위치한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이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오피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건물 소유 펀드가 매년 손실이 나서다. 펀드의 최대주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임대료를 인상하면 현대백화점에 손실이 전이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 지역 주민들은 백화점 폐점을 반대하는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은 세계적인 설계사 겐슬러(Gensler)와 함께 건물 리모델링 협의에 나선 상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과 현대백화점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임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속사정을 뜯어보면 기존의 조건대로 백화점 임차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당시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부동산 부지의 인수를 위해 2070억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한 금융비용의 발생으로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건물을 보유한 펀드인 펨코제17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의 올 상반기 손익보고서를 살펴보면 영업수익(매출) 49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18억원이 발생했는데 영업외 비용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41억원 발생한 영향이다.
기존에 임차인들과 임대료에 관한 계약은 이미 정해진 금액이기 때문에 매년 영업수익과 당기순손실의 변화액은 일정하다. 즉 이대로 운영을 이어간다면 이지스자산운용은 매년 3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입게 된다. 미처리 결손금만 반기 20억원씩 누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처리결손금은 123억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임차인들과 임대료 협상을 벌여 기존 금액을 더 높여야 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상된 임대료 협상을 하게 된다면 반대로 현대백화점이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도 디큐브시티점이 전체 점포 중 수익률이 높지 않아 영업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3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16개 점포 중 매출 순위가 14위에 해당하는 비주력 점포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률은 14.8% 수준으로 단순히 해당 지점의 영업이익만 계산한다면 3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기에 영업외 비용을 제외한다면 실제 순수익은 줄어들 여지가 크다. 비주력 점포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익률이 더 낮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최근 오프라인 점포의 불황으로 매출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임대료 인상에 관한 협상을 이어가는 것보다 계약을 종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측의 서남권 전략 변화로, 자산 매입 시기인 2022년 디큐브점의 폐점은 예상됐고 당시 거래 가격에도 이런 점이 반영됐다"며 "매출 회복으로 백화점이 영업을 이어갔다면 펀드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이지만, 내년 6월 기존 계약을 종료하기로 양측은 합의했기 때문에 투자자와 지역 주민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최적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692 일대에 위치한다. 이곳은 이전 대성산업의 연탄공장 부지였다. 2000년대 초반 영등포 일대의 재개발에 따라 대성산업도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해 쇼핑몰과 호텔, 컨벤션 센터 등 복합시설을 개발했다. 그 결과 2011년 완공된 건물이 신도림 디큐브시티다.
하지만 대성산업은 투입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디큐브시티의 매각에 나섰다. JR투자운용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디큐브시티의 오피스와 쉐라톤 서울 호텔, 디큐브 백화점을 차례로 인수했다. 그러다가 2020년 3월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퍼시픽투자운용-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후 케펠자산운용이 오피스는 2020년 4월, 디큐브시티 쉐라톤 호텔은 2021년 9월 각각 인수했다.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은 2022년 6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해 현재에 이르렀다. 퍼시픽자산운용은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리츠(펨코제17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가져갔다.
사실상 디큐브시티의 백화점 부문은 이지스자산운용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부문은 케펠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구조다. 양측은 대지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현대백화점의 용도변경에 케펠자산운용의 동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부지를 인수하기 전인 2015년부터 해당 지점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계약은 10년 만기 형태로 오는 2025년 만기가 다가온다. 이번에 돌아오는 만기 때 10년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양측이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건물에 사업비 약 6500억원을 투입해 업무시설과 리테일 복합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인근 구로구민들은 현대백화점의 폐점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관할구청인 구로구는 최근 공문을 통해 "구로구에서는 현대백화점에 영업을 지속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백화점이 폐점이 확정됐음을 표명했다"며 "구로구는 모든 인허가 처리과정에 대해 공정하고 적법하게 처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대규모 공실이 예상되는 판매시설을 랜드마크 수준의 업무 및 리테일 공간으로 바꿔 양질의 일자리 유치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표"라며 "백화점의 용도변경을 위해 대지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케펠자산운용 측과는 협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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