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히 선단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사를 확보해 꾸준히 생산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게 더 중요합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아직 3나노미터(nm)에서 제대로 된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서 애플, 퀄컴 등 주요 고객들이 대만 TSMC로 이동하고, 이로 인해 TSMC의 3나노 공정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삼성의 고객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리딩 에지(3나노 이하)에서 신규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하지 않으면 파운드리 첨단 공정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에서 '턴키전략'을 통해 경쟁사와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기술력 회복과 내부 조직 개편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HBM 혁신을 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LS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HBM 원스탑 패키징이 가능하다. HBM4부터 시스템LSI와 메모리 사업부에서 각각 설계와 생산을 맡고 파운드리의 제조 능력을 결합해 HBM 성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 구글 등 대형 고객사가 원하는 '맞춤형 기능'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파운드리와 패키징 사업이 아직 수율과 성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 레퍼런스도 없다 보니 HBM4에서 제품 제조와 패키징을 같이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경계현 전임 DS부문장(사장)이 떠나면서 AVP사업팀을 AVP개발팀으로 재편했다. 삼성전자의 2.5D 패키징 서비스인 '아이큐브(I-Cube)'도 본격적인 고객사 확보를 통한 양산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하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맞춤형 HBM을 만들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나노 공정으로 넘어가거나 GAA가 아닌 새로운 기술 개발 및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기면서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퀄컴칩으로 대체키로 하면서 힘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10나노 8나노 공정에서는 TSMC와 기술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으나 2017년 7나노부터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면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5나노에서 성능차이가 벌어졌고 4나노에서 공정 문제가 터지면서 퀄컴은 TSMC로 옮겨갔고, 삼성전자 시스템LSI도 엑시노스 물량을 파운드리 사업부에 제대로 맡기지 못했다.
3나노에서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업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도입했으나 결국 수율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와의 신뢰도 문제도 커졌다. TSMC보다 앞선 기술을 개발했다며 고객들을 모았지만 시제품이 TSMC 대비 성능이 떨어졌고, 이후 성능 개선과 양산 일정이 자꾸 미뤄지면서 다수의 고객들이 떠나갔다. 대형 고객만 잡으려다보니 중소형 고객들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그마저도 최근엔 전무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TSMC 외에 다른 업체에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TSMC의 3나노 공정 가격 상승과 '솔 벤더(독점 협력업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부 중국 전용 HBM 제품인 H20 등이라도 수주를 받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더불어 삼성전자와 우호적인 관계인 AMD를 3나노 고객사로 하루 빨리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5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제품에 3나노 GAA 공정 적용을 시사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한편 최근에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대대적인 칼날을 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평택 제4공장(P4)도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를 모두 포함하는 복합 공장으로 계획됐지만 사실상 메모리반도체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기로 한 테일러 공장의 인력 철수 이야기도 나온다. 고객사 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인력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정 문제를 일으켰던 임원들이 아직도 남아 3나노, 2나노 개발을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수율 보고가 안 돼 고객사를 잃고 있다"며 "예상보다 저조한 수주로 투자계획도 변화가 생기면서 '셸퍼스트' 전략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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