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 이사회 간 핑퐁게임을 벌이는 모습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묻는 주체를 두고 서로에게 공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전 회장의 잘못에 대해 현 경영진이 책임질 일은 없지만 금감원 검사와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금융사고의 경우 현 경영진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사회가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연일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도 임 회장 거취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차후 열릴 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의 의견을 반영한 논의가 이뤄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연일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누군가는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경영진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후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도 "우리은행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부당대출 사고를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지속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의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해 작심 발언이 잇따르자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의 경우 올해 말로 임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임이 힘들다고 내다봤다. 반면 임 회장의 경우 2026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조심스레 자진 사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임 회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우리금융 이사회의 입장이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경영진으로부터)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한 경과사항을 보고받았다"며 "전 회장의 과거(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를 현 경영진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이사회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결의한 후 임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론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검찰과 금감원이 사고와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수사와 조사에서 경영진 책임이 있다고 판명 날 경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임 회장 거취에 결정권을 금융당국에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이사회 입장과 관련해서도 날 선 비판을 던졌다. 지난 5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 후 이 원장은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한 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이어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판단은 이사회나 주주가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임 회장에 대해 이사회가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속된 이 원장의 강도 높은 비판으로 임 회장과 이사회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임 회장과 이사회가 이 원장의 압박을 마냥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장기 집권하며 재임 기간 중 대규모 금융사고 논란 등이 있었던 금융지주 회장을 압박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재 이사회는 물론, 우리금융 과점주주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보험사 인수 결의를 위해 이사회가 열린 뒤 아직 공식적으로 이사회가 소집된 적은 없다. 다만 차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같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되면 임 회장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경영진 책임에 대해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임 회장 퇴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임 회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만큼 이사회에서도 현 경영진 책임 여부에 대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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