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슈로더캐피탈이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AI(인공지능)와 바이오 분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 내부 업무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슈로더캐피탈은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그룹 슈로더그룹의 사모자산 전문 계열사다.
스티븐 양 슈로더캐피탈 벤처투자부문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슈로더캐피탈 글로벌 벤처 투자와 AI 활용 세미나'에서 "AI는 10년에 한 차례 올 만한 굉장히 중요한 투자"라며 "생성형 AI와 클라우드를 통해 4조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잠재적 투자 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슈로더캐피탈은 매년 운용자금의 50% 이상을 우수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갖춘 기업에 직접 혹은 공동으로 투자하고 있다. 50곳 이상의 우량한 글로벌 투자파트너(GP)와 손잡고 진행하는 초기 투자에도 운용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벤처 및 그로스(성장기업 대상의 지분투자) 부문의 사모자산 시장에서 진행한 공동 투자만 100건을 넘어섰다. 전체 공동 투자 가운데 20건의 자금 회수 성공 사례도 기록했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테슬라, 우버, 로블록스 등 대형 IT 관련 기업들로부터 10억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슈로더캐피탈의 벤처‧그로스 부문 전체 운용자산은 1분기 기준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테크(서비스형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핀테크 등) ▲AI(거대언어모델, 생성형 AI 등) ▲제약‧바이오(신약 발굴 플랫폼, 비만치료제 등)다.
양 대표는 "슈로더캐피탈은 상위 10곳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중 오픈AI를 비롯한 8곳에 투자했다"며 "상위 100곳의 AI 스타트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52곳에 투자한 상태로 현재 투자 중인 전체 생성형 AI 스타트업 수는 300곳 규모"라고 소개했다.
바이오 분야와 관련해서도 "당뇨병과 연관성이 높은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근육 감소 예방 등을 포함해 획기적인 치료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당뇨‧비만 치료제 전문 기업인 카못테라퓨틱스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로더캐피탈은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선도기업에 중점을 두고 이들의 초기 성장 단계에 맞춰 내부수익률(IRR) 20%를 목표로 잡고 직접 투자하거나 세컨더리 투자(한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보유한 자산을 다른 자산운용사가 매입하는 것)를 집행하고 있다.
양 대표는 한국 AI 스타트업 대상의 투자를 놓고 "한국 벤처투자의 대세는 소비자 대상 e커머스나 배달 플랫폼 및 바이오 테크로, AI 스타트업 투자 기회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다"고 짚었다. 다만 "적은 펀딩에도 AI 앱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젊은 기업가가 많은 만큼 향후 좋은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슈로더캐피탈은 직장 내 업무에도 AI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AI 도구를 처음 선보였고 지금은 임직원 1000여명이 생성형 AI '챗GPT'의 사내 버전 서비스인 '지니'를 활용하고 있다. 5월에는 생성형 AI 기반의 투자 애널리스트 '가이아' 플랫폼을 론칭했다.
조나스 클라스 슈로더캐피탈 AI데이터 사이언스 분석가는 가이아를 소개하면서 "슈로더캐피탈의 운용역은 가이아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투자 분석 능력과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해 고객에게 탁월한 수익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슈로더캐피탈은 가이아를 통한 투자 요약과 금융모델 분석 등에 적용된 기술을 지속해서 개선‧보완하기로 했다. 가이아를 프라이머리 투자(펀드를 조성해 사모주식을 인수하는 것)와 세컨더리 투자에도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활용범위를 사모주식과 벤처캐피탈에서 다른 사모 자산 종류로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은수 슈로더코리아 대표는 "슈로더그룹의 선도적 기술과 슈로더캐피탈의 사모자산 운용 역량을 활용해 국내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슈로더그룹이 자산 운용과 기술 활용 측면에서 앞장서고 있는 AI 및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좋은 투자 기회를 찾도록 글로벌 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