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경쟁업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기술이 유출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고수익' OLED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쟁업체의 추격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단행하는 '기술 굴기(堀起)' 전략을 기업 차원에서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제기됐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유출 시도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관련 보안을 다각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LG디스플레이 전현직 직원들이 2021~2022년 사이에 중국 광저우 공장 내 대형 OLED 패널 양산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전직원 A씨가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로 이직하면서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들과 공모해 설계 도면을 무단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공장은 지난해 4월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방문하며 이목을 끌었다. 최근 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OLED를 향한 국가적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술 유출도 중국의 대대적인 '기술 굴기' 정책 차원에서 이뤄진 사고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저지해야 하는 국내 업계로선 뼈 아픈 실책인 셈이다.
앞서 2021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국내 업계를 추월한 중국 업계는 최근 OLED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올 1분기 기준 OLED 패널 시장 점유율 49.7%를 기록하며 한국 기업(점유율 49.0%)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과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기준 각각 62.3%, 36.6%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새 급속도의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적자 늪 탈출을 위해 '고수익' OLED 중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이 회사의 OLED 매출 비중은 ▲2021년 32% ▲2022년 40% ▲2023년 48%으로 확대됐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 굴기 정책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IT기기 제조사들의 애국소비 기조가 아우러져 초대형 내수시장의 특성을 십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LED 부문은 과거 LCD에 비해 높은 기술장벽으로 큰 우려가 없었는데 중국 업체들이 경쟁사 기술을 흡수해가는 형식으로 격차를 크게 줄인 상태"라며 "치열한 기술 진검승부를 앞둔 상황에서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 만큼 치명적인 게 없다"고 아쉬워 했다.
한편에선 국가 차원으로 이뤄지는 '중국 굴기'를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유수의 기업에서 기술보안을 지속 강조해도 유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중국발(發) 기술 유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기술유출 범죄는 12건으로 전년 동기(8건) 대비 50%나 늘었다. 이중 중국 업체와 관련된 사례는 10건에 달한다. 부문별로 보면 디스플레이 기술(3건)이 반도체 기술(4건) 다음으로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업체든 보안을 강화해도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기술을 빼낼 순 있다"며 "걸리지 않겠다는 확신만 선다면 최소 2배가 넘는 연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당사자들의 심리"라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는 물론 내부고발 등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기술유출 시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원칙으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술유출 방지에도 지속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혁신 과정에서 기술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대형언어모델(LLM)을 구축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퇴사자의 정보유출 정황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모든 기술 유출 시도에 대해선 강경 대응을 원칙을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