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과거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사업제휴를 통해 고속 성장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함께 이어져온 가상자산 투자 붐이 케이뱅크의 고객 수 확대와 수신잔액 증가에 크게 기여했지만 그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커진 업비트 의존도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의 여파로 업비트에 지급해야 할 예치금 이자가 이전보다 20배 이상 늘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차질이 생겼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말 수신잔액은 21조8500억원, 여신잔액은 15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8%, 23.7% 증가한 수치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해 수신잔액은 줄고 여신잔액은 늘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예치금이 크게 줄면서 2분기 말 수신잔액이 감소했다는 게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업비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규모는 올해 1분기 6조3000억원에서 2분기 3조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1분기 한때 개당 1억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이 2분기 7000만원선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케이뱅크의 수신잔액 변동성으로 이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가상자산거래 시장의 1위 사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거래대금이 늘면서 예치금도 늘겠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 지급을 의무화 하는 내용이 포함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예치금에 대해 0.1%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2.1%의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업비트에 줘야 할 이자가 21배로 뛴 셈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업비트에 줘야 할 이자가 급증하면서 하반기 실적은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만약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의 업비트 예치금을 가정할 경우, 연간 1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업비트 예치금을 산술평균해 그에 대한 연간 이자를 단순계산하면 대략 1050억원 수준이다. 역대 최대인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85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히 볼 비용은 아니다.
이같은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케이뱅크는 수신처 확대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모델 다변화, 사업혁신 등에 나섰다.
먼저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삼성 AI 라이프 챌린지박스 등 다양한 수신 상품을 출시하고 고객유치에 나섰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는 2분기 말 잔액이 전분기 대비 7000억원가량 늘었다. 또한 2분기 삼성전자와 제휴해 선보인 삼성 AI 라이프 챌린지박스도 3만좌가 모두 조기 소진되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아파트담보대출 갈아타기 상품과 개인사업자 대상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출시하며 수익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비이자이익도 늘릴 방침이다. 이미 2분기 중 비상장주식 시세조회 서비스를 내놓고, 신한카드와 제휴 신용카드도 출시했다. 지난 5월엔 인터넷은행 최초로 K-패스(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MY체크카드를 출시, 석 달 만에 카드 발급이 90만좌를 넘었다.
이 외에도 '혁신투자 허브'를 목표로 증권사 계좌개설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 수수료 수익 확대 등을 모색 중이다. 또한 금 투자 서비스나 미술품 조각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도입, 투자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며 "고객 기반을 더욱 확대하고, 상생금융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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