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결국 IPO(기업공개) 재도전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에 따라 구주매출을 통해 차익실현을 노리던 주요주주도 당분간 엑시트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구주매출에 참여치 않고 상장 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계획했던 재무적투자자(FI)도 출구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은 과점주주들도 케이뱅크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유무형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최대주주인 BC카드는 7000억원대 주식 매입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우리은행은 200억원 규모의 회계상 이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18일 공모 철회신고서를 통해 상장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의 취득 또는 매수의 청약일 이전이기 때문에 공모 잔여 일정을 취소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IPO에 이목이 쏠렸다. 한 차례 연기 후 재도전에 나선 데다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IPO에 처음 도전했을 당시 받았던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피어그룹에 뱅고프와 SBI스미신넷뱅크 등을 포함해 2.56배의 PBR을 산정했다. 다만,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1.62배) 수준보다 높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몸값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우려를 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함에 따라 구주매출을 통해 엑시트에 시동을 걸었던 FI도 어쩔 수 없이 차익실현의 기회를 뒤로 미루게 됐다.
이번 케이뱅크의 공모는 신주모집 4100만주와 구주매출 4100만주로 구성됐는데 MBK파트너스(KHAN SS L.P)와 베인캐피탈(BCC KINGPIN. LLC), MG새마을금고(카니예 유한회사),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유한회사 등 4곳이 구주매출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FI는 모두 2021년 케이뱅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참여한 곳으로 3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케이뱅크의 구주매출 비중이 컸던 이유도 FI의 요구한 사항으로 알려졌다.
이들 FI가 유증 참여 당시 취득 단가가 1주당 65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46%에서 최대 85%의 차익실현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으로 결정되면 1231만주씩 구주매출로 내놓은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은 각각 1477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만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가 관건이었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해야 높은 공모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요예측에서 대다수의 기관투자자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가격을 제출하거나 그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가 상장 철회 후 공모 주식량 등 공모 구조를 변경해 6개월 내 다시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엑시트 시일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 초쯤 상장 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은 과점주주들도 상장 철회에 따른 타격이 클 전망이다. 특히 케이뱅크 상장 후 블록딜로 보유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던 FI는 다시 한번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들 FI가 가진 주식은 보호예수로 묶이지 않기 때문에 상장에 성공하면 블록딜을 통한 엑시트가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었다. FI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 공모가 확정 후 블록딜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상장을 철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블록딜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1·2대 주주인 BC카드와 우리은행도 아쉽게 됐다. 지분 33.72%를 들고 있는 BC카드의 경우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거나 적정 몸값을 인정받지 못하면 FI 지분 7250억원을 되사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 케이뱅크 유증 흥행을 위해 BC카드가 케이뱅크 주식에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한 탓이다.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의 FI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은행도 회계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를 가진 2대 주주로, 케이뱅크 신주 발생 시 지분율은 다소 줄어들지만 이에 따른 간주처분이익을 얻을 수 있다. 희망 공모가 상단인 1만2000원으로 계산하면 약 280억원 규모다. 은행 순이익 대비 유의미한 비중은 아니지만 시중은행 순이익 1등 은행을 공언했던 우리은행으로선 단 100억원의 이익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FI 관계자는 "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이라며 "공모 구조를 변경해 다시 한번 도전한다고 한 만큼 조금 시일이 미뤄진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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