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손에 쥔 후 외식사업에서 힘을 빼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남양유업 측은 부진한 외식 브랜드 철수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인지도가 있는 '백미당' 브랜드만 우선적으로 남겨두겠다는 방침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양유업은 외식사업부문에 급격히 힘을 빼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이 외식사업을 전개한지 약 30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남양유업은 앞서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1995년 처음 피자 체인점 '피자피아띠'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2001년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후 '백미당', '철그릴', '오스테리아 스테쏘'등의 브랜드를 차례로 론칭했다.
다만 남양유업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외식사업은 좀처럼 성장이 더뎠다. 이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한 이듬해인 1996년도 외식사업 매출은 38억6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 3870억원에서 1%의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27년이 흐른 작년 기준 외식사업 매출액은 249억원으로 전체 9968억원의 매출 가운데 2.5% 수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외식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년 동안 겨우 1.5%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이에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외식업 정리에 나선 것으로 시장에선 해석하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기존 외식사업본부장이었던 홍범석 상무가 4월 물러나면서 해당 직에 새로운 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경영전략본부장이 외식사업본부장까지 겸하는 것으로 구조가 바뀌며 사실상 외식사업본부장 고유 직책이 사라졌다.
또한 현재 외식 브랜드들의 순차적인 영업종료 논의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첫 타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브랜드 '일치프리아니(IL Cipriani)'다. 이 브랜드는 2001년부터 운영된 남양유업 외식브랜드로 최근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의 상황이 맞물리며 부진을 타개하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올 4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서 영업 중이었던 일치프리아니 매장도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영업을 종료했다. '오스테리아 스테쏘'도 철수 검토 대상이다. 두 브랜드 모두 임대 계약이 만료가 도래하는 시점에 영업이 종료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다만 '백미당'은 영업 종료 대상에서 배제됐다. 남양유업이 영위하고 있는 외식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인지도가 높고 선전하고 있는 브랜드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여타 외식 브랜드 매장 수가 10개 안팎인 것에 반해 백미당 매장은 60~70개를 유지 중이다. 최근에는 교대와 역삼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신규 오픈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백미당 매장은 전국 총 65개점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외식업계가 불황인 것은 맞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사모펀드가 모회사로 있기 때문에 저성과인 외식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절차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외식업계 불황으로 수익성이 나지 않고 있는 브랜드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효율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철수할 브랜드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또한 백미당의 경우 시장 상황에 맞게 매장 수를 현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여타 마케팅 활동에도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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