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신일제약의 신약개발 계획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화학합성뿐 아니라 천연물 치료제 신약에서도 개발 중단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주목할 만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신일제약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신약개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일제약이 제출한 올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중이던 천연물 치료제가 모두 연구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지난해 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신약 'SIL3403' 임상을 중단했다. 지난 2021년 연구개발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상반기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목표로 잡았지만 불과 2년 만에 해당 치료제 개발을 접기로 했다.
신일제약이 천연물 치료제 연구에 본격 착수한 것은 3년 전부터다. 천연물은 식물 성분을 원료로 하는 치료제로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은 거의 없다. 식물 성분의 안정성이 입증돼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신일제약은 2021년 4개 품목의 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2022년 2개 품목을 다시 추가했지만 이 가운데 성과를 낸 치료제는 없다.
신일제약의 연구개발 중단 사례는 천연물 치료제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화학합성 신제품으로 개발 중이던 위식도역류질환 'SIL1232'와 위산분비억제제 'SIL1234'에 이어 고지혈증치료제 'SIL1121'도 3년 만에 연구를 접었다. 그 외에도 2015년부터 시작한 바이오 분야도 6년 만에 연구를 중단했다. 중단된 품목은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바이오 진단제와 바이오 치료제 등 총 2건이다.
신일제약 측은 연구 중단과 관련해 "자세한 연구 중단 사유는 알 수 없다"며 "연구개발에 들어가도 여러 사유로 인해 신약개발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일제약이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 중단에 따라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거나 기존 품목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어렵다는 뜻이다. 신일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4~5%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도 연구개발 투자를 그만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신일제약의 매출액은 2019년 606억원, 2020년 614억원, 2021년 618억원, 2022년 800억원, 2023년 891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5.87%, 2020년 5.17%, 2021년 4.65%, 2022년 5.29%, 2023년 4.82%다. 올 1분기만 봐도 전체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전년(7.05%) 대비 줄어든 6.86%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연구개발 투자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파이프라인 중단도 계속되고 있어 신약개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매출 성장세에도 연구개발비 비율이 큰 변동이 없는 것은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파이프라인 중단에 따라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지만 연구개발비가 충분치 않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일제약은 기존의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고금리 지속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 내실 다지기 전략으로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회사가 이익 안정화 궤도에 오르면 다양한 신약 발굴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다른 대형 제약사와 달리 아직 성장하는 회사다 보니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이후 신약 개발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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