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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발행 기업들의 여전한 '갑질'
이소영 기자
2024.04.18 07:00:20
증권사에 노골적인 금리·물량 제시···수요예측 도입 취지 무색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채권 발행사들이 최근 캡티브 영업(발행 주관 담당 증권사가 계열사를 동원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방식)을 감행하며 채권 발행 주관사단에 합류하고자 하는 증권사들을 상대로 금리와 물량까지 '선 제안'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관계자를 만나 들은 한탄 섞인 말이다. 채권 발행사들은 '우리가 제시한 금리·물량 거부하면 옆집 증권사와 주관 계약 맺겠다' 식으로 으름장을 놓으며 증권사들을 찔러보고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최근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 등 계열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약속하는 캡티브 영업까지 감행하며 주관사단에 끼워달라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점을 약점(?) 삼아 갑질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채권발행 수요예측은 회사채 시장의 가격결정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요예측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같은 도입 취지는 무색해진 모습이다. 발행사들이 증권사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금리·물량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관 계약을 체결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다.


발행사의 갑질이 노골적으로 변모한 건 최근 증권사들의 채권 주관 경쟁이 부쩍 심화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부진으로 부동산금융 사업을 철수했다. 그리고는 정통 투자은행(IB)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선정했다. 특히 회사채 주관 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회사채 주관 과정에서 발행사와 쌓은 레코드가 '빅딜' 수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채권 주관 사단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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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경쟁 심화에 발행사들의 갑질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과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다른 기업의 사례를 가져오면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사전 판매 및 가격 담합 금지라는 수요예측 모범 규준을 반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발행사들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중소형 증권사의 입장은 다소 애잔하다. 채권 주관 시장은 이미 대형 증권사가 잡고 있어 발행사 요구 수용 외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반대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최근 대표 주관 참여 니즈가 강한 중소형 증권사의 주관사단 참여를 방어하기에 여념이 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가 주관업무를 맡으면 실수 발생 확률이 높은데, 이는 결국 대형사가 대신 처리하게 돼 업무 피로도가 가중될 것을 우려한 판단한 것이다.


사실 비우량 발행사의 이같은 '금리·물량' 요구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크레딧 리스크가 있거나 업황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투심이 약할 시 발행하고자 하는 회사채가 미매각 나기 십상이어서다. 미매각은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 뿐 아니라 추후 자금 조달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유동성 확보가 더욱 힘겨워질 수 있다. 이에 증권사들도 물론 정당한 행위는 아니지만 비우량 발행사들의 '제발 도와달라'는 애원에는 못이기는 척 손을 잡아주곤 한다.


문제는 우량 발행사다. 우량 발행사의 경우 증권사에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충분히 낮은 금리에 모집액을 뛰어넘는 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럼에도 '더 낮은 금리·더 폭발적인 주문물량'을 위해 증권사들 간 주관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증권사들이 울분을 토하며 문제 제기하는 부분이다. 


안타까운 건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섣불리 제재 조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이다. 내부 관계자가 아닌 이상 발행사들의 갑질을 알아차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대형 발행사의 무리한 요구 사항도 문제지만, 회사채 주관사 선정을 무기로 증권사를 '을'로써 대하는 태도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발행사들의 갑질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발행사 본인이다. 가장 먼저, 훼손된 신뢰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그 다음은 무리해서 주관 업무에 뛰어든 증권사들이 썰물 빠지 듯 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발행사는 발을 동동대다 결국 비교적 금리가 높은 사모시장과 기업어음(CP) 시장을 전전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금융 비용은 솟구치고 차입 구조는 단기화돼 자주 돌아오는 차환일정에 골머리를 싸맬 때 쯤 비로소 본인이 던진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본인 가슴 팍에 꽂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행사는 그때가 오기 전에 사각지대에 숨어 즐기던 갑질 만행을 이제 그만 멈춰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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