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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채권 갑질'…"캡티브 안할거면 빠져"
이소영, 배지원 기자
2025.06.23 07:10:19
RFP 단계서 '금리·특정 계열사 참여·보유 조건'까지 사전 지정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17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캡티브 영업' 관행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해 기업금융부서를 대상으로 회사채 관련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은 계열사나 타 부서를 동원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주관 업무를 따내는 '캡티브 영업'을 관행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유통금리를 왜곡시키고, 투자자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이상 거래가 적발된 발행사와 주관사를 추적해 유통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문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배지원 기자] 기업들의 캡티브(계열사 물량) 요구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증권사 간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사들은 이를 약점 삼아 금리 수준은 물론 참여 계열사와 인수 물량까지 직접 지정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급기야 '유통시장에 던지지 말라'는 조건까지 내거는 등 정상적 수요예측의 원칙을 흔드는 '갑(甲)질'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포스코·LG 그룹 등은 입찰제안요청서(RFP) 단계에서부터 캡티브 수요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그룹의 일부 계열사 회사채는 실제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서 액면가(1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캡티브 물량이 시장에 곧바로 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CJ ENM(26-1회차) ▲포스코(314-2) ▲LG화학(58-2) ▲LG에너지솔루션(4-1) 등이 해당된다. 이들 채권은 발행금리보다 2~7bp(1bp=0.01% 포인트) 높은 금리와 액면가 미만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증권사들이 발행사의 '캡티브 요구'를 수용하는 배경에는 치열한 실적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요구를 거절하는 순간 주관사 선정에서 밀릴 수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발행사들은 오히려 요구 수위를 높이며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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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캡티브 물량 확보가 주관사 선정의 전제 조건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금리나 만기 조건은 기본이고 '어느 계열사가 어느 트랜치에 얼마를 넣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지침까지 붙는다. 심지어 '유통시장에 내다 팔지 말고 만기까지 들고 가라'는 조건도 등장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 A는 "CJ ENM은 실제로 '만기까지 들고 갈 캡티브를 구하고 있다'고 요구했다"며 "이쯤 되면 발행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요구 선을 넘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수용해도 거래를 통제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CJ ENM의 26-1회차 채권은 발행 직후 9992원에 거래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 A는 "발행사가 뒤통수를 맞았거나, 수요예측 직전에 주관·인수단의 요청에 해당 조건이 철회됐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주목할 점은 이같은 만행은 CJ·포스코·LG 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현대그룹과 한화그룹 계열사 채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현대제철(140-1) ▲현대글로비스(2-1) ▲현대엘리베이터(40-1·40-2) ▲한화에너지(25-1·25-2) ▲한화토탈에너지스(29-1) ▲한화(252-1) 등 채권이 발행 직후 액면가를 밑도는 가격에 유통시장에 나온 사례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 40-2회차 채권이다. 발행금리 대비 약 30bp 이상 높은 수익률로 거래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관 수수료가 20bp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손실을 감수하고도 웃돈을 얹어 물량을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해당 채권은 9925원 수준에서 거래됐고, 주관사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내거는 기업 대부분이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캡티브 물량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선 이를 실적 압박을 받는 실무진의 '성과주의'로 해석한다. 직전 딜 대비 더 낮은 금리를 끌어내야 평가를 받는 구조가 왜곡된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 B는 "민평 대비 -15bp에서도 수요가 충분한 기업들이 -20bp를 요구하는 건 직전 발행 대비 실적을 더 좋게 만들려는 욕심 때문"이라며 "이런 실무진의 욕심이 연기금 등 보수적 기관투자가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캡티브 영업에는 대형사들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IB업계 관계자 C는 "캡티브 물량을 얼마나 동원했는지 보면 실무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라며 "특히 LG 계열사 거래의 경우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은 트랜치에 대부분 대형사 물량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실제 관련사는 올해 1월 3·5·7년물로 나눠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일부 대형사는 5·7년물에만 주관사로 참여했다.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은 3년 물에서 수요예측 당시 1500억원 모집에 1조2650억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는데, 이때 물량의 상당수가 관련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업계는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은 캡티브 영업에 따른 금리 왜곡이 심화되자 최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첫 타자로 한 현장검사가 지난달 마무리됐다. 이어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21일 검사 대상에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조사가 마무리됐지만 일부는 현재 추가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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