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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발 묶인 TPG…투병 김범수 결단이 관건
이슬이 기자
2026.06.04 08:20:16
창업주 재판 리스크 덜고 李정부 들어서자 경영권 지키지로 결심…투자자는 진퇴양난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2일 16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사진=뉴스1)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재무적투자자(FI)들이 9년째 묶인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우버 자본유치와 나스닥 상장 등 다각도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이 그룹의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지분 거래 논의 과정에서는 카카오가 모빌리티 실사를 도와주지 않았고 미국 나스닥 상장과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등에 있어서도 실제로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TPG는 이 투자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윤신원 부대표 주도로 엑시트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TPG컨소시엄은 2017년 한국투자증권, 오릭스PE 등과 5000억원을 베팅했고 이후 2021년에는 1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은 사실상 카카오 재무적 투자자가 주장할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투자 유치 당시 카카오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상장 계획이 수차례 미뤄진 데 이어 현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방침로 국내 증시 시장 입성은 사실상 가로막힌 상황이다. 이에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TPG와 함께 주주가치제고위원회를 신설하고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을 위한 글로벌 주관사들도 선임했다. 첫 투자 이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FI들의 엑시트 요구도 한층 거세진 만큼 카카오 역시 손 놓고 시간을 끌기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미국 증시는 입성 조건이 까다롭고 상장 완료까지 수년의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일정 기간 지분 매각이 제한되는 보호예수(락업) 규정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TPG 측이 보유한 20%를 웃도는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유입될 때 발생하는 오버행 리스크 탓에 단기간에 지분을 전량 현금화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저히 국내 내수 시장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 모델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높은 기업가치를 입증해 기대 수준의 공모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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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주주구성(그래픽=딜사이트 오현영 기자)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상장과 별개로 지분 거래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TPG 역시 상장 추진과 함께 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TPG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소수 지분을 우선 인수한 뒤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 57%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 방안은 끝내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결렬됐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자금 조달 계획까지 세워뒀지만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무산의 원인이 가격 차이가 아닌 카카오의 태도 변화에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 초기만 하더라도 주주간계약(SHA) 변경 등에 협조적이었던 카카오가 김범수 창업주의 공판을 전후로 갑자기 선을 그으며 협상에서 발을 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과거 윤석열 정부 때와 달리 카카오에 대한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 전언이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1일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검찰은 사법부에 징역 15년형을 구형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아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당초 카카오는 윤석열 정부 시기에 모빌리티 경영권을 매각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알짜 자회사를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해 방광암이 재발해 수술을 받았고 이후로 투병에 전념해 건강을 회복하면서 그룹의 다양한 구조개편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김범수 창업주가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를 전폭적으로 신임하면서 재도약을 주문했다"며 "플랫폼 기업의 틀을 넘어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와 SW·HW 제어 경쟁력을 갖춘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 기술 기업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모빌리티의 미래를 다시 그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PG를 비롯한 FI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한 데다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원매자군도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경영권 지분을 인수를 타진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런 이유로 협상은 본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우버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 1위 사업자와 방대한 이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문턱을 피할 수 없다. 최근 롯데렌탈은 SK렌터카와 합병을 위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불허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모빌리티 거래 역시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의 최종 향방이 김범수 위원장과 류긍선 대표에 달렸다고 본다. 카카오가 현재처럼 경영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길 경우 남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FI 지분을 되사들이거나 기존 지분을 떠안을 가능성도 낮다. 카카오 입장에선 빚 갚자니 주머니가 비었고 그렇다고 남 주기는 아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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