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라이나생명보험이 애플 음성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시리(Siri)' 개발자 출신인 이진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이 부사장이 헬스케어 전문가인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와 함께 고객 유입·락인(잠금)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라이나생명을 중심으로 한 처브그룹의 국내 금융지주사 설립 작업이 가시화하면서, 그룹 차원의 데이터·시스템 통합 인프라 구축 역할까지 디지털 부문이 맡게 될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올해 초 애플 출신 이진호 부사장을 디지털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디지털 부문 산하 데이터 컨트롤 본부와 디지털 세일즈 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애플 본사에서 시리 개발과 '스포트라이트(Spotlight)' 검색 품질 개선 업무를 수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 CTO(최고기술책임자), 캐롯손해보험 CTO를 거쳤으며, 지난해까지 한화손해보험에서 기술전략실장을 맡아 AI 기반 서비스 전략과 디지털 체계 고도화를 총괄했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의 이번 영입을 조지은 대표의 헬스케어 사업 전략에 디지털 경쟁력을 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1년 라이나생명 입사 후 헬스케어 조직을 이끌며 관련 사업을 확대해왔고, 현재도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튠H(tune H)'를 핵심 서비스로 육성 중이다.
특히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라이나생명이 '헬스케어 서비스 기반 고객 유입 확대→데이터 축적→맞춤형 보험상품 추천 및 TM(텔레마케팅) 채널 연계'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상품 자체만으로 차별화를 지속하기 어려워진 만큼 고객 접점 확대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라이나생명은 TM 채널 경쟁력이 강한 보험사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초회보험료 402억원 가운데 TM 비중은 51%(203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TM 채널과 연계할 경우 추가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더라도 보호(인정) 기간이 짧아 상품 경쟁력만으로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고객 편의성과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나생명처럼 TM 채널 강점을 가진 보험사의 경우 헬스케어 플랫폼과 판매 채널 간 연계 효과를 적극적으로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의 합류 시점이 처브그룹의 국내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라이나생명이 그룹 내 디지털 플랫폼 개발 허브 역할을 맡고, 이를 라이나손해보험·처브라이프·라이나원 등 계열사로 확장하는 방향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는 그룹 차원의 통합 전산·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시스템을 통합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통합 플랫폼 기반의 '원앱(One-App)' 전략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처브그룹은 내년 중 국내 사업을 총괄할 금융지주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이 라이나생명 합류 전에 한화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의 디지털 전략 통합 작업을 주도했던 이력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는 2023년 캐롯손보에 합류한 뒤 지난해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흡수합병 이후 신설된 기술전략실을 맡아 그룹 차원의 AI 기반 서비스 개발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업무를 총괄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이진호 부사장의 영입은 공석에 따른 인력 충원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디지털 본부별 구체적인 역할은 당사의 전략사항으로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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