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극항로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혈맥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인 만큼 북극항로가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장은 28일 부산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에서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새로운 성장엔진'이라는 주제로 열린 '부산투자포럼'에서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와 부산을 중심으로 한 활성화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정 센터장은 해진공의 역할을 ▲시범운항 총괄 지원 ▲북극항로 자산에 대한 투자·보증 ▲북극항로 관련 전문 정보 제공 총 세 가지로, 북극항로 개척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북극항로 활성화가 화주와 선사, 지역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상황에서 북극항로는 화주에게는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 원자재 수입을, 선사에게는 운항 거리 단축을 통한 영업이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화주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등 남방항로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항로를 확보할 수 있다.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는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를 북극항로로 들여올 경우 운임을 대폭 낮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사 관점에서도 북극항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정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과거 선제적 투자로 막대한 실적을 올리듯, 우리 선사들도 북극항로를 선점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운항 거리가 기존 남방항로 대비 30%가량 짧아지면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 효과는 국익 기여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항만 인프라 확충과 조선산업의 신규 수요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국들의 동향은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자국 영해로 주장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은 러시아 제재와 무관하게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연중 운항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일본 또한 한국 조선소에서 연중 운항이 가능한 LNG선박 등을 발주하며 포스트 제재 시대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 센터장이 제시한 핵심은 '경제성'이다. 해진공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벌크선의 경우 북극항로 이용 시 운임이 20~3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센터장은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하려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비싼 내빙선 도입 비용을 해양금융을 통해 완화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사업의 핵심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정 센터장은 부산항의 지리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도 역설했다. 북극으로 진입하기 전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쳐야 하는 '라스트 포스트(Last Post·최종 지원기지)'로서 부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친환경 연료(메탄올, 암모니아, LNG 등) 공급 인프라 구축 ▲선박 수리 및 선용품 공급 거점화 ▲극지 전문 선원 양성 및 숙소 마련 등을 꼽았다.
정 센터장은 "단순히 주유소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극항로를 지원하는 하나의 완성된 '물류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며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최고 관문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정 센터장은 "대한민국은 세계 4위 해운 강국이자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극지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 중인 만큼 부산이 북극항로 최고 관문이 되는 건 어렵지 않다"며 "해진공도 북극항로 개척과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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