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의 패러다임을 사후 구제 중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격 전환한다. 현재 제재 수위를 논의하고 있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처럼 고위험 상품군에 대한 실적 위주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22일 금감원은 지난 20일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제1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개최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문 전사적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2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이번 회의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일정이 순연돼 이달 진행됐다.
이번에 신설된 협의회는 기존의 통계 중심 사후 진단에서 벗어나 외부 정보와 언론 제기 이슈, 민원 등 정성적 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의 위험 진단이 특정 업권에 치우치거나 시차가 발생하는 통계에 의존해 대응이 늦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전문가적 지식과 시장의 목소리를 결합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위험을 선제적으로 포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최근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증시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에 따른 쏠림 리스크를 집중 점검했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빚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증권사 신용융자뿐 아니라 스탁론, 마이너스 통장 등 전 금융권의 대출 수단을 종합 분석해 대응할 방침이며 이미 발령된 소비자경보에 이어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지도에 나섰다.
주가연계상품(ETF 신탁, ELD 등)의 판매 급증과 관련해서는 제2의 홍콩 ELS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고강도 대책이 논의됐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홍콩 ELS 제재와 관련해 금소법 시행 초기임을 감안한 감경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할 경우 일체의 감경 없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위규 사항 적발 시 수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통해 주주들이 경영진을 통제하는 지배구조적 장치가 작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잇따른 금융 전산사고에 대해서는 빅테크와 인터넷은행 등 후발 주자들의 기본적 관리 소홀을 질타했다. 이 원장은 "단순한 투자와 주의만으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명백한 관리 소홀이 확인될 경우 패널티 감경 요인을 최소화하고 IT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권에서는 실적 경쟁에 따른 '절판 마케팅'과 보험대리점(GA) 판매수수료 문제를 정조준했다. 소비자에게 사업비와 설계사 수수료 비중 등 강화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모집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긴급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자본시장 교란 행위와 가상계좌를 활용한 피싱 자금 세탁 등 진화하는 민생금융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전담 모니터링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향후 소비자위험점검회의를 월 1회씩 정례화하고, 논의 사항의 후속 조치를 점검함과 동시에 신규 리스크를 상시 관리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중심의 DNA가 금융권 전반에 내재화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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