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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논쟁, 송아지는 누가 키우나
딜사이트 배지원 차장
2025.12.24 08:25:12
독자생존 LG엔솔·수혈받는 SK온…투자 부담은 모회사 몫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차장] 요즘 공모주 시장은 뜨겁다. 청약 시장에 조 단위 증거금이 몰리고 상장 직후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을 기록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좋은 기업의 등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풍선효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면에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사라진 키워드가 있다. 대기업 상장이다. 상장 모회사를 둔 대기업 계열사들은 쪼개기 상장 논란에 막혀 시장에 서지 못했다.


중복상장 논쟁의 출발점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있다. 물적분할로 탄생한 LG엔솔은 배터리 산업의 장밋빛 전망 속에 상장됐다. LG엔솔의 주가 상승 과실을 공유하지 못한 LG화학 주주들의 불만이 쪼개기 상장 비판으로 번졌다. 당시에는 이 선택이 '캐즘(전기차 수요 정체)'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LG엔솔의 선택은 재무적 방어막을 만들었다. IPO을 통해 언제든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둔 덕분이다. 상장사 지위를 활용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수조 원의 회사채를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서 실탄을 비축했다. LG엔솔은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사이에도 ESS(에너지저장장치)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빠르게 눈을 돌려 지난 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상장이 없었다면 이 막대한 투자 부담은 고스란히 모회사의 몫이었을 것이고, 먼저 쓰러진 쪽은 LG화학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SK온은 다른 길을 걸었다. 상장을 시도했으나 실적 부진과 중복상장 이슈에 발이 묶였다. 스스로 벌지도, 시장에서 조달하지도 못한 자금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으로 메워졌다. 알짜로 평가받던 배터리 사업이 이제 '돈 먹는 하마'가 된 셈이다. 현금 창출력이 좋은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재무제표를 지탱하는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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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파는 모회사로 번졌다.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Moody's)는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손실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자회사 리스크를 모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은 결과다.


지금의 배터리 위기는 쪼개기 상장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다. SK온과 LG엔솔의 사례에서 볼 때, 중복상장을 막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모회사가 자회사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모두 감당할 여력이 있는가. 둘째, 자회사의 사업 리스크를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가. 이 두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비상장은 정당성을 얻는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은 쪼개기 상장을 두고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는 내 것이 아니라고 한다"는 비유를 들었다. 암소가 모회사라면 송아지는 자회사다. 다만 송아지가 큰 소로 자라기까지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먹이를 대고, 병을 치료하고, 위험을 견뎌야 한다. 송아지는 저절로 크지 않는다. 그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에 대한 답 없이, 중복상장 논쟁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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