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는 RA이전에 사실상 없었습니다."
16일 알스퀘어(Rsquare) 본사에서 만난 진원창 빅데이터 실장은 알스퀘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RA(Rsquare Analytics)'를 출시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는 CoStar, RCA 같은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거래 중심·사후 데이터에 머물러 한국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구조와 건물 단위 맥락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갤럽코리아 기업컨설팅을 거쳐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 경험을 쌓았고, 알스퀘어로 이동한 뒤 RA 초기 구상 단계부터 참여한 핵심 멤버다. 진 실장은 "국내 주거용 부동산은 정보 비대칭이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레몬마켓(정보비대칭성에 시장가격이 왜곡된 시장)에 가깝다"며 "정보가 흩어져 있을 뿐, 시장 참여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교차 검증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RA의 가장 큰 차별점은 현장 전수조사에 기반한 데이터와 임대·테넌트·건물 속성의 결합이다. 단순 거래 가격이 아니라 공실 흐름과 임대료 변화, 테넌트 이동, 리모델링 이력 등 비거래 지표를 함께 축적한다. 그는 "제도권 자문사들은 만 평 이상 프라임 자산 위주로 데이터를 쌓아왔지만, RA는 시장의 깊이와 폭이 다르다"며 "작은 단위의 누적 데이터가 결국 시장을 설명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 시장 표준 부재… 모델링보다 '기준'부터 다시 세웠다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데이터로 구조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시장 표준의 부재였다. 같은 오피스라도 공실의 정의, 면적 기준, 임대 방식이 빌딩마다 달랐다. 사옥 일부를 임대하는 경우를 임대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었다.
진 실장은 "공식 통계와 현장 데이터 간 괴리가 컸다"며 "모델링 이전에 개념과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 과정이 RA의 기초 체력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데이터 반영까지 발생하는 시차 역시 현실적인 한계다. 그는 "일부 운용사들은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를 원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오히려 왜곡을 낳을 수 있다"며 "RA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필요하면 사용자 맞춤형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거래절벽 국면에서도 RA의 신뢰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분기에 거래가 한두 건에 그치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평균값은 오히려 시장을 오도한다.
진 실장은 "상업용 부동산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다. RA는 거래가 없을수록 거래 데이터에 덜 의존한다"고 부연했다. 진 실장은 임대료 추이, 공실 변화, 테넌트 이동, 건물 리뉴얼 등 비거래 선행 지표를 결합해 추세선을 읽는 방식을 강조했다. 단일 지표가 아니라 복수 신호를 교차 검증하고, 60여명 규모의 조사 조직이 상시 업데이트를 수행하면서 데이터 왜곡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 RA의 진가…데이터 기반 정확한 투자 타이밍 탐색
RA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스퀘어는 RA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개발·PF 대출 검토에 활용되는 각종 시장 보고서를 제공한다.
진 실장은 "기관투자자들은 이제 '이 빌딩을 살까 말까'보다 '왜 사야 하는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며 "RA는 입지 판단을 감이 아닌 비교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고,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언어화한다"고 말했다. 특히 2029~2030년을 전후로 예정된 CBD(중심업무지구)지역의 오피스 대규모 공급을 앞두고 미래 시점의 인덱스를 전망하는 모델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위기다.
RA는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을 한다. 알스퀘어는 향후 AI 기능을 첨가해 시장 전망에 관한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게 진 실장의 설명이다.
다만 RA가 가야할 길은 멀다. CoStar·RCA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비교한다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환경적 측면에서도 한계점이 있다. 이를 모두 극복해야 RA가 글로벌 수준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진 실장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인식과 제도 등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며 "선진국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며, 과거부터 뿌리가 깊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식과 제도가 성립된 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브로커와 매도·매수인이 주도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선진 시장보다 자산 거래에 있어서 데이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가치 인식에 대해선 조금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시아 시장을 전제로 한다면 RA의 방향성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확신을 내비쳤다.
◆ "데이터는 거래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말한다"
진 실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거래를 시장 전체로 오해하는 경향을 경계했다. 실제로는 임대와 운영에서 훨씬 많은 신호가 먼저 움직이며, 프라임·논프라임이라는 단순 구분 역시 현실을 가린다는 지적이다. 그는 "RA 데이터는 이미 건물별 체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걸 보여준다"며 "지금 시장을 읽는 핵심 단서는 거기에 있다"고 했다.
RA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면서 발전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진 실장은 "RA가 모든걸 완벽하게 다 제시할 순 없지만 시장을 더 선명하게 보고, 덜 흔들리게 판단할 수 있게 돕는 기준점은 될 수 있다"며 "그것이 지금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가장 필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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