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이노텍의 수장인 문혁수 대표가 최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광학 중심 매출 구조를 전환해야 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하는 만큼 한층 무거운 중책을 부여받은 셈이다. 내년 취임 3주년을 맞는 문 대표는 기판·센싱·전장 등 신사업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80% 안팎을 애플에 의지하고 있다. 올해 1·2·3분기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 비중은 각각 83%, 77%, 83.4%로 집계됐다. 이는 2023~2024년과 큰 차이가 없는 흐름이다. 기판과 전장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애플 의존도 완화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LG이노텍은 3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1~3분기 단일 고객으로부터 11조2395억원 누적 매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누적 매출은 14조2868억원이며, 애플로 추정되는 해당 고객사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 수치에는 기판소재사업부 매출도 포함되지만 광학솔루션사업부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전체 영향은 크지 않다.
내년은 문 대표 취임 3년 차이자 사장 승진 첫 해다. 업계에서는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광학 중심 구조를 완화하고 기판·센싱·전장 사업의 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2월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문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 기판과 전장 부품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문 대표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불리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차량용 센싱·통신 부품 준비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내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신사업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가 이어지며 광학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웠던 만큼 내년에는 업황 회복과 신사업 양산 확대가 맞물려 구조 전환에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LG이노텍은 수년간 FC-BGA와 유리기판 투자에 힘을 실었다. 지난 1분기 구미 4공장을 AX(인공지능 전환) 공정을 갖춘 '드림팩토리'로 전환해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 PC용 FC-BGA 양산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추가 고객 확보도 예고했다. 다만 AI 서버용 FC-BGA는 여전히 고객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계라 실제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리기판도 올해 말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해당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모빌리티와 로봇 분야도 문 사장이 힘을 실어온 영역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모듈화하는 사업을 시작해 하반기 첫 양산을 목표로 내세우며 북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쳐왔다. AP는 자동차 내부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운전석·조수석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의 모바일 AP처럼 차량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로봇 기술 개발도 속도가 붙었다. 회사는 5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카메라·3D 센싱 기반 비전 모듈 공동 개발에 나섰다. 휴머노이드의 시각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으로, 카메라·레이저·심도 센서를 하나의 모듈에 모아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어 7월에는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방식의 4D 라이다를 개발하는 미국 아에바에 지분 6% 투자를 발표했다. FMCW 라이다는 거리와 속도를 동시에 감지할 수 있어 완성차 업체가 각종 자율주행 레벨에서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차세대 센싱 기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이 광학에 편중된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기판과 전장 등 신사업 분야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다"며 "문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이 같은 체질개선 작업을 더 빠르게 추진하라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그동안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성과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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