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투자금회수(엑시트) 난항으로 침체된 바이아웃 시장과 달리 사모대출(크레딧)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IMM크레딧앤솔루션(ICS)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올해 결성한 크레딧 펀드에만 무려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쏠렸다.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속에 기관투자가(LP)들의 자금 집행 기조가 지분투자(에쿼티)에서 대출형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틱크레딧은 이달 초 '스틱크레딧 1호' 블라인드 펀드의 파이널 클로징을 완료했다. 지난해 펀드레이징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목표 결성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이었지만, 산재보험기금·군인공제회·농협중앙회·건설근로자공제회 등 국내 주요 LP 출자사업에서 연달아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며 지난 6월 1차 클로징에서만 3400억원을 모았다. 이후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으로부터 추가 출자 확약을 받아 4300억원 수준으로 결성을 마무리했다.
펀드 집행 속도도 빠르다. 스틱크레딧은 1호 블라인드 펀드가 완전히 결성되기 전인 올해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배팅했다. 콘택트렌즈 제조사 인터로조에는 약 6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코오롱티슈진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도 최대 400억원을 배정받으며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성액의 약 4분의 1을 소진하며 펀드레이징과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상반기 크레딧 열풍은 ICS가 주도했다. 2020년 설립된 IMM홀딩스 산하 크레딧 전문 운용사인 ICS는 올 6월 말 1호 블라인드펀드를 약 9530억원 규모로 파이널 클로징했다. ICS도 당초 3000억원 안팎을 목표로 했으나, 성장금융·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새마을금고·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출자사업에서 대형 LP들을 잇따라 끌어들이며 목표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GP 출자까지 더해지며 1조원에 육박하는 펀드가 탄생했다. 국내 크레딧 전문 블라인드 펀드 중 최대 규모다.
업계에선 스틱크레딧과 ICS의 잇단 흥행을 국내 LP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에쿼티 중심에서 크레딧·대출형 자산으로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국내 주요 연기금과 정책금융기관 등은 국내 PEF 출자를 바이아웃·그로스 위주로 운용해 왔지만, 엑시트 지연과 밸류에이션 조정 부담이 커지자 만기가 정해져 있고 현금 흐름이 확실한 크레딧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우정사업본부는 2월 '우체국예금 국내 PEF 크레딧전략 위탁운용사' 선정에 착수해 총 1500억원을 2~3개 운용사에 출자하기로 했다. 제안요청서에는 대출채권·CB·EB·BW·RCPS 등 크레딧 상품에 펀드 자산의 8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기존 바이아웃·메자닌 위주의 출자사업과는 별도로, 올해 처음으로 크레딧 전용 블라인드 출자 라인을 연 셈이다.
정책성 자금 일부에서도 크레딧을 활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9월 '주력산업 대출형 기업지원펀드(PDF) 6호' 운용사 선정 계획을 내고, 주력 수출산업 내 구조개선 기업에 대출·구조화 금융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형 사모펀드(PDF)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이아웃 펀드 엑시트가 지연되거나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하면서 신규 펀드레이징 목표 규모를 낮추고 있다"며 "크레딧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경쟁도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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