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태광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금융·보험 계열사를 활용한 시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태광은 모태 태광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기업집단이지만 흥국생명을 필두로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어서다. 태광의 20개 계열사 중 8곳이 금융 쪽으로 자산 46조원 가운데 금융 비중은 80%에 달한다.
태광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것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보험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산운용 사업부문 재편을 본격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그룹 차원의 금융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기 태광산업 등의 제조업 기반 부동산 자산 활용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의 우선협상자는 이르면 이달 선정된다. 흥국생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1조원대의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생명과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당시 제시한 가격이 9000억원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흥국생명이 매도자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한화생명은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힐하우스가 매각 주관사로부터 추가적으로 가격 조정 기회를 얻어 흥국생명이 제시한 가격을 상회하는 금액을 낸 점은 변수다. 다만 MBK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단기 투자자금 회수 목적의 사모펀드가 국내 부동산 시장과 기업 운영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에 우려가 쏠리며 흥국생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지스 매각 쪽도 금융당국의 인허가 이슈를 고려해 외국 자본에는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려워 거래종결(딜클로징) 장벽이 높아져서다.
애경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사업재편에 시동을 건 태광의 경우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해 금융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조준하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운용하고 이를 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활용한다. 장기 저금리 기조로 과거 고금리 시기에 판매된 상품의 지급 부담이 누적되며 운용 수익성 강화는 업계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흥국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4.1%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에도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참전한 배경에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체투자와 부동산 중심 운용 역량을 내재화하면 외부에 지급하는 위탁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을 품게 되면 개별 금융 계열사의 역량 강화에 그치지 않고 그룹 차원의 투자 생태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부문의 우량 자산을 발굴하고 그룹 내 보험·증권·운용사가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마련되면 전 계열사 차원의 운용수익률 개선과 총자산이익률(ROA) 확대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자원 발굴부터 관리·회수까지 이르는 전체 투자 사이클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통합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다"고 평했다.
태광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흥국리츠운용을 신설했고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을 인수하는 등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장기 수익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태광타운'에 속하는 부동산을 개발해 또 다른 수익 창출 카드를 쥐려는 시나리오도 있다. 태광은 흥국생명 사옥과 최근 인수한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을 비롯해 교통·관광 수요가 높은 남대문 일대에 복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복합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과 자산가치 증대를 노릴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차원에서 태광산업·대한화섬 등 제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동산 자산도 이지스자산운용을 등에 업고 활용 폭이 커질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사옥 매각과 자본성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의 경우 9월 말 160.1%로 권고치인 130%를 상회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통 자산 중심의 운용으로는 보험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태광이 대체투자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이를 계열사 전체의 수익성 제고 전략과 연계하는 것이 이번 인수의 핵심 의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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