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확대한다. 올해 1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lackwell)' 5만개 공급 협약을 맺었다. 딜사이트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할 현대차그룹을 조명하고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로봇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그룹 내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당장 수혜와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력에서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물량과 적용 분야 등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GPU 기반 기술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확보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5만개를 로보틱스 분야 혁신에 사용할 방침이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호퍼 후속으로 2024년 공개한 차세대 GPU다. 기존 세대와 비교해 AI 추론·훈련 성능을 최소 2배~2.5배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봇이 계단을 오르고 사람을 인식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고성능 GPU가 중요하다. 로봇 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에 있어) 예전에는 단순 작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요구되는 것들과 처리해야 할 데이터들이 많다"며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 고성능 GPU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GPU의 구체적인 적용 계획이나 로드맵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빠른 시간 내 실익을 얻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블랙웰 5만장을 어느 분야 등에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그룹 계열사와 어떻게 협력하고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구체화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련해 "현재 업무협약(MOU) 단계로 확정된 계획이나 투자 일정이 제한적"이라며 "2030년까지 칩 구매 및 관련 투자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GPU가 로봇 기술 고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를 단기간에 사업 성과로 만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금까지 수익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제품 상용화에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 당시 1970억원이었던 순손실은 2023년 2248억원, 2024년 440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엔 241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만들고 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개념 검증도 내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는 "고성능 GPU를 확보했다고 해서 로봇 사업의 매출이나 수익성이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개발 단계에서 칩 수급이 원활하면 기술적 진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곧바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받은 AI칩 활용 방안이 구체화되지 못한 만큼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40.3%인 50조5000억원은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한다. 기존 모빌리티 경쟁력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에는 38조5000억원, 경상투자에는 36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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