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확대한다. 올해 1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lackwell)' 5만개 공급 협약을 맺었다. 딜사이트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할 현대차그룹을 조명하고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협력을 강화하면서 그룹 내 계열사들의 사업 기회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자율주행·로보틱스 등의 핵심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현대오토에버다. 그룹 내 디지털 인프라 등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GPU 구매대행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는 로봇 하드웨어,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 현대오토에버, AI 인프라 구축 핵심 역할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AI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강화 협력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핵심 사업군을 상호 연결된 단일 생태계로 통합할 계획이다. 그룹 전체 디지털 인프라를 관리해 온 현대오토에버가 인프라 구축과 플랫폼 통합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미 현대오토에버가 AI 플랫폼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과 플랫폼 통합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주신 DB증권 연구원은 "GPU 구매대행, 데이터센터 내 자산 구축 후 임대, GPU 플랫폼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 내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해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와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인 점도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이들은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한국 정부의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 계획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데이터센터 국내 설립 등이 포함된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공장 자동화 기기 등 물리적 장치들이 사람 지시 없이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정으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며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와 데이터센터 구축 등은 모두 현대오토에버의 시스템통합(SI) 사업부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그룹 내 현대오토에버의 입지를 확실히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현대오토에버는 포티투닷·모셔널 등 그룹 내 자율주행 계열사들과 사업 분야가 겹치며 역할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번 AI 동맹을 계기로 인프라 구축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로봇·물류서 시너지 효과 기대
현대모비스는 로봇 사업에서의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로봇이 사람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려면 다양한 환경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성능 GPU가 활용된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학습 속도를 크게 높여 로봇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7월 로봇 부품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액추에이터·센서·제어기 등 핵심 부품 설계와 사업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액추에이터는 근육과 같은 핵심 부품으로 로봇 원가의 약 70%를 차지한다. 로봇 사업 성장에 따른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신사업인 스마트 물류 솔루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사는 최적화된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로봇 기술,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가상모형)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2023년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알티올 지분 70%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I칩 구매는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피지컬 AI의 적용이 용이한 스마트팩토리, 물류 등에서도 구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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