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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家 위한 24% 자사주…그걸 인용한 법원
김광미 기자
2025.10.10 08:10:18
②EB 금지 가처분 기각됐지만…이사 충실의무 위반으로 태광 전 경영진 손배 가능성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9일 06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 타임라인 (제작=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태광산업이 24.41%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일으킨 쟁송 1차전에서 법원은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원은 회사와 경영진을 편들었지만 교환 대상인 자사주 비중이 전체 주식의 4분의 1에 미칠 정도로 지나치게 높고 발행 사유도 오너 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아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EB 발행 재개 여부와 관련해 "주주 의견과 정부 정책,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 이익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발행 여부와 구체적 계획을 확정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기 때문에 다시 중지를 모아 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EB 발행의 의지는 굽히지 않은 셈이다. 


태광은 그 사이 EB 발행과 자금소요의 명분을 얻었다. 자사가 관계된 사모펀드(PEF)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 9월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를 인수하는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광은 이 인수를 통해 그간 주력 사업이었던 섬유 및 석유화학에서 벗어나 소비재 시장 진출을 실현하려 한다. 특히 최근 전세계에서 각광받는 K뷰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태광이 신규 사업을 M&A하려는 전략은 17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당초 애경이 6000억원 가량을 희망했던 이 매물은 태광이 약 4000억원을 제시하면서 거래가 잠정적으로 가계약 상태를 맞았다. 태광은 관계사인 T2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이뤘고 이 동맹에는 지분투자 및 인수금융을 담당할 유안타그룹도 함께 참여해 별다른 자금증빙 없이도 4000억원의 조달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이 가진 자사주 가치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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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태광은 애경산업 인수 본계약을 맺고 자금 납입이 필요할 경우 지난 EB 발행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외에 유안타 등과 함께 자사주 처분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발행 시도 당시 EB의 조건은 만기 3년, 이자율 0% 수준으로 설계됐다. 지난 거래에서도 조달 자금은 애경산업 지분 인수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직간접 밝힌 바 있다. 


당시 EB 발행금지 가처분을 내놓은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발행 절차와 가격 산정 문제를 제기했다. 거래 상대방과 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채 공시한 점과 순자산가치의 4분의 1 수준에서 자사주를 처분한 문제 등을 들어 배임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하다는 게 핵심 논리였다. 


당시 금융감독원도 공시를 지적했다. 태광산업이 발행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은 채 EB 발행을 알리자 정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회사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부랴부랴 한국투자증권을 인수자로 지목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결국 발행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트러스톤은 두 번째 가처분까지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달 10일 이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B 발행은 회사의 경영 판단 범위"라며 정당성을 인정했다. 자사주 처분은 신주 발행과 달리 자본금 변동이나 지분율 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므로 상법 규정이나 경영상 목적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해석을 두고 학계와 정치권의 비판은 거세다. EB 발행이 신주 발행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자본거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준범 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변화가 생기고 의결권·배당권이 되살아난다"며 "이는 단순 자산 매각이 아니라 주주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원이 이해상충과 주주가치 침해를 간과한 채 경영 자율성 문제로만 본 것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트러스톤은 법원의 기각 판결 이후 일주일 여 만에 항소에 나서 2심을 진행하고 있다. 태광도 재심이 시작된 이상 쟁송이 마무리 되지 않은 까닭에 막무가내로 EB를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톤은 이 사안에 대해 두 가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첫째는 EB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내용으로, 둘째는 EB 발행을 결정한 이사들의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모두 기각 처분을 내렸지만 이사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 


가장 문제는 애경산업 인수의 절차적 타당성과 목적의 정당성이다. 우선 애경산업 인수 주체로 나선 T2 PE의 정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모펀드 운용사는 주요 출자자가 태광산업과 그룹 계열사 티시스라고 알려져 있다. 양사가 가진 T2 PE 지분율은 각각 41% 수준이다. 그런데 나머지 18%를 구성한 이들에 관심이 쏠린다. 그 주인공들이 바로 이호진 태광 회장의 자녀 이현준(9%) 이현나(9%) 씨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T2 PE의 자본금을 1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가운데 18억원을 책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T2 PE의 지배구조는 이렇게 법인격인 태광 계열사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실제적 측면에서 경영상 판단은 이호진 회장의 자녀들이 도맡는 식으로 설계돼 있다. 실무적 의미로는 구조상 T2 PE의 배당 및 지분가치 상승 등으로 인한 운용성과를 직·간접적으로 오너 일가가 얻게 된다는 것이다. T2 PE 자체가 승계 및 상속 관련 논란을 처음부터 잉태한 비히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일단 T2 PE가 주도하는 거래에 태광이 EB를 찍어 돈을 대는 것은 첫째로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받는 문제를 일으킨다. EB는 상법 제513조·제516조의3에 따라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도 이사회 결의로 발행할 수 있지만 자사주를 담보로 하거나 오너 일가가 거래 목적에 연루될 경우 사외이사 혹은 감사의 독립적 검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태광산업 이사회는 EB 자금의 실질적 수혜자가 오너 일가 관련 투자사인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승인해 당연히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둘째로 회사 목적과 무관한 자금 운용으로 목적성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크다. 사실 EB를 발행하는 일반적인 목적은 부채상환이나 운전자금 확보, 신규 투자 재원 마련 등 법인 자체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B 발행해 그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T2 PE로 유입되고 T2 PE가 오너 3세가 주축인 법인으로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할 경우 이는 명백히 회사 목적과 무관한 사익 편취(Private Benefit of Control)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먼저 회사의 신용(EB 발행력)을 오너 자녀의 투자사가 이용했다면 상법 제397조의2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조항에 저촉된다. 또 회사 자산이나 정보를 이용해 특수관계자가 부당이익을 제공받았다면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태광산업이 상장사라 오너 일가 관련 PE에 우회로 자금을 제공한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 따라 사익편취 금지 규정과 일명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조항의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태광산업 소액주주들은 주주대표소송(상법 제403조) 제기가 가능하고, 이사회 결의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태광 전 경영진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관점에서 자사주·EB를 통한 오너일가 지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2023년 한화·롯데 계열의 유사 구조 EB 발행 사례에서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자금흐름 여부"를 점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이 이 구조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금감원 조사 및 주주대표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태광산업이 오너 일가 중심의 T2 PE 거래와 타깃 인수대금을 EB를 통해 조달한다면 우선 이사회 결의 및 사외이사 심의 부실로 인한 절차적 위법이 지적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회사 자산의 사익 이용을 문제로 한 목적성 위반이 제기될 수 있고, 주주가치 훼손 및 배임 소지로 인한 주주이익 침해 문제를 연이어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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