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교환사채(EB) 규제 강화를 피해 주가수익스와프(PRS)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당국인 금융감독원은 PRS 공시를 EB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RS로 자사주 활용 조달을 우회하는 사례가 감지되면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PRS 거래에 대한 공시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공시심사국을 중심으로 PRS 계약 건을 모니터링하면서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상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가 예고된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기 위해 최근 기업들이 공시 규제가 강화된 EB 대신 PRS를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른바 두더지 내리치기 게임처럼 다시 나타난 문제점을 눌러보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PRS 공시도 EB처럼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발표 전이라도 자사주 기반 PRS 계약이 나오면 핵심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PRS는 계약 구조와 조건이 다양하고 재무부담 수준도 케이스마다 달라 주요 정보가 누락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EB 규제 강화 이후 PRS로 이동하는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기초로 증권사와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실제 지분 매각 없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계약에 따라 의결권·배당권 등 일부 권리가 증권사나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 있어 경영권 영향 가능성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PRS는 사실상 자사주 처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공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자사주 기반 PRS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 시 발행 목적, 주주 영향, 전환·교환 조건 등을 명시하도록 공시 규정을 강화하자, 기업들이 대안으로 PRS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태광산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태광은 지난 6월 자사주를 기초로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추진했으나, 교환권 행사 시 제3자배정 유증과 유사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PRS로 조달 방식을 변경했지만 결국 지난 24일 EB 발행과 자사주 처분 계획 모두를 철회했다. 최근 건설 지주사 한 곳도 계열사 지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를 기초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PRS든 EB든 목적이 자사주 소각 회피라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낸다"며 "법 개정 전 PRS로 이동하는 사례가 생기면 금감원이 규제를 곧바로 PRS까지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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