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무신사가 조만간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지만 발행사의 무리한 몸값 주장에 증권사 상당수가 거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무신사의 성장에 자본을 댄 재무적 투자자 주주(FI)들이 원하는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방식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거란 판단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IPO 적정성 검토를 마치고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달아오르는 기대감과는 커다란 온도 차이를 보인다. 특히 투자자 주주단의 밸류 기대가 높았던 SK엔무브나 케이뱅크 IPO가 상장 직전에 무산된 전례가 있어 주관업무를 준비하려는 투자은행들의 신중한 접근 방식이 감지된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주주 일부가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주장한다"며 "시장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 빅딜이지만 크게 (주관 업무 수임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3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25% 증가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 4~5월 거래액도 전년비 약 20%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 IPO는 조단위 대형 거래로 다양한 동종비교군이 거론된다. 실리콘투(22.08)와 신세계인터내셔날(17.15), F&F(7.76), LF(7.17), 에이유브랜즈(26.89), 젝시믹스(9.50), 한섬(9.68), 달바글로벌(140.50), 에이피알(47.65), 아모레퍼시픽(14.45), 한국콜마(22.56) 등이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8.96배로, 무신사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인 157억원을 연환산해 630억원으로 반영할 경우, 28.96배를 곱한 기업가치는 2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3년 이미 3조 5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인정받았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시에는 더 투명한 공모가 산정이 요구된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앞서 "2030년까지 글로벌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매출 목표가 실현되고 현재와 유사한 이익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해야 기업가치 5조원 이상을 꿈꿔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업성이 뛰어나고 성장세가 가파르다해도 공모가 산정을 위한 멀티플(PER 배수)로 30배 이상을 적용한 사례는 드물다. 실제로 현재 PER이 150배를 웃도는 달바글로벌도 상장예비심사 신청 당시 적용한 PER 배수는 19.93배였다. 물론 증권신고서 제출 시에는 20.99배로 소폭 조정됐지만 그마저 고밸류 논란을 불러일으킬 뻔했다. 무신사가 공모가 산정에서 20배 안팎의 멀티플을 적용한다면 최대 가치는 1조원 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몸값 기대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해외 성장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K컬쳐 확산과 함께 K패션 산업이 글로벌 소비재 산업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무신사의 해외 매출 확대 여력도 주목받는다. 실제 무신사는 글로벌 진출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중국에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과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를 열고, 일본에선 총판 유통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며 성수점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3년 말 15%에서 2025년 2분기 47%로 급증했다.
무신사의 2025년 4~5월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상기후로 다수 패션 브랜드가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서도 압도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 패션 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0.97%에 그쳤지만, 무신사는 같은 기간 20% 이상 성장했다. 상반기 최대 행사였던 '무진장 2025'에서는 열흘 간 누적 매출 24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전년비 20% 이상 끌어올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옴니채널+해외 확장' 전략은 올리브영의 성장 경로와 유사하다"며 "현재 퍼포먼스는 가능성 정도에 불과할 뿐이고, 투자자 주주단이 원하는 밸류에이션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결국 실제적인 해외 실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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