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와 자본시장을 속여 약 4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판단이다. 증선위 결정과 별개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관계된 거래에 합법적이지 않은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실제 증선위 판단 근거가 사실과 다르거나 방 의장이 소명한 정황은 일방적으로 배제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결국 사법적 판단을 앞두고 있지만 법조계는 사안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족히 2년은 걸릴 것이라 전망한다. 자본시장 관점의 상황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적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 거래 상대방은 부정한 지인일까 적법한 거래 상대방일까. 증선위가 지인이라고 표적 삼은 인물은 사실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김중동이다. 하이브에서 엄연히 맡았던 직책이 있고, 회사가 작은 기획사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안팎에서 성장을 직접적으로 도운 공신이다. 방 의장이 숨겨둔 사적인 인물이 아니라 공적인 회사 공헌도가 높은 주역이라는 설명이다.
김중동은 과거 하이브라는 숨은 진주를 자본시장에서 직접 발굴하고 회사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도 추가 투자를 단행해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한 인물로 평가된다. 현재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도 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중동 전 CIO는 자본시장에서는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조지아공대와 UCLA에서 각각 산업공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음반유통사 로엔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겨 수년간 문화콘텐츠 영역의 투자를 주도했다. 지난 2011년 SV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한 후에 하이브,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처음으로 발굴했고 당시 소형 연예기획사 사장이던 방시혁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하이브는 BTS가 한참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로 뚜렷한 대표상품이 없던 소형 기획사였다. 하지만 김중동 CIO는 아티스트 제작사로서의 역량과 한류 트렌드의 기류를 알아보고 투자를 집행했다. 그는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던 '2011 KIF-SV IT전문투자조합'을 활용해 하이브에 30억원을 단독 투자했고 이는 하이브의 첫 외부 투자유치(시리즈A)가 됐다.
하지만 당시 빅히트의 성장 과정은 매우 순탄치 않았다. 하이브는 투자유치 이듬해인 2012년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받은 투자금 3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BTS에 앞서 데뷔한 아이돌 걸그룹 글램이 사고를 일으켜서다. 그 유명한 이병헌 배우의 스캔들에 글램 멤버가 관여하면서 기획 프로젝트는 완전히 소멸했다.
그러나 30억원을 사실상 예상치 못한 사고로 탕진한 방시혁 의장은 다른 기획사 사장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SV 입장에서는 적잖은 투자금을 허공에 날린 셈이었고 통상 이런 경우 기획사 사장은 종적을 감추거나 채무자 신세를 변명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방 의장은 이와 달리 SV에 직접 찾아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므로 오히려 시행착오가 됐다며 추가 투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SV 입장에서는 뻔뻔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내부회의를 서너차례 진행한 끝에 10억원을 추가적으로 집행하고 기존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시에 우선적으로 배려하라는 구두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해진다.
SV의 배려는 2013년 BTS 데뷔로 이어졌다.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엔터 업계에선 금융시장과 달리 자본거래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방시혁 의장은 동문들의 조언과 JYP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의 경험을 토대로 금융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다른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SV를 재차 설득해 추가 투자를 이끌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방시혁을 다시 믿어준 김중동은 SV 내부에서 후속 투자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신뢰는 차후 SV가 하이브에 투자한 40억원을 1000억원 이상의 회수 실적(27배 차익)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김중동 전 CIO는 그러나 최근 방시혁 의장과 함께 기획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정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방시혁의 지시 또는 공조로 이스톤PE를 설립해 기존투자자 지분을 매수한 후 상장으로 대규모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하이브에 공헌했던 역할은 '지인'이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배제됐다.
게다가 김중동 전 CIO는 이스톤PE가 기존 투자자로부터 지분을 매수하던 시기 하이브에서 직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SV에서 초기투자를 진행한 2011년부터 2019년 5월까지 하이브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이후 주요주주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하이브의 지적재산권(IP) 투자에 전문적인 조언을 해왔다.
그러나 2019년 초 최유정 부사장(공동창업자)이 지분 매각 의사를 피력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최유정 부사장과 방 의장은 해당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BTS의 성공으로 몸집이 커진 하이브의 매각지분을 당시로서도 높은 밸류에 인수할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하이브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한 투자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당시 사외이사로 있던 김중동의 지인이자 증권사 출신인 양준석 대표가 이스톤PE를 설립했고, 호반건설 등으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는데 성공했다. 최유정 부사장의 지분을 매수한 주도자는 양준석 대표였던 것이다. 당시 양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는 친분 관계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정통한 관계자는 "양준석 대표가 자신의 마수걸이 딜로 하이브를 선택한 것은 김중동 전 CIO의 굳건했던 안목을 믿어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차례 하이브 지분 투자를 진행한 이스톤PE는 이후 뉴메인에쿼티와 2호 펀드를 만들 당시 다시 김중동 전 CIO의 자문을 받았다. 김중동 전 CIO는 2019년 5월 하이브에서 사외이사를 사직했고 같은 해 11월 이스톤PE의 2호 펀드를 결성해 레전드캐피탈과 알펜루트 등으로부터 다시 하이브 지분을 매입할 때 주요 역할을 맡았다. 정리해보면 김중동 전 CIO는 하이브를 돕던 벤처캐피탈리스트에서 하이브 인하우스 경영진으로, 다시 외부로 나가 자본가가 되어 같은 일을 계속해온 셈이다. 특히 이스톤PE의 1호펀드(2019년 6월)와 2호펀드(2019년 11월) 투자가 있었던 시기에는 하이브 내부에서 보직이 없던 상태로 방시혁 의장과 친분은 두터웠지만 이사회 내부의 결정을 세밀하게 전해받지 못하던 자본가로 변신한 상태였다. 자본시장 관계자로서 이해상충 거래(Complict of interest deal)를 염두에 두고 규정에 맞는 처신을 해온 셈이다.
실제 이스톤PE가 하이브 주요주주에 오르자 이후 김중동 전 CIO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2020년 3월 CIO로 취임한 것이다. 주주 자격으로 재입성했지만 하이브로서는 주주경영을 실현해줄 적임자를 고른 것이었다. 당시 하이브는 BTS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체 IP가 없다는 리스크 지적을 얻고 있었다. 하이브를 가장 잘 이해하고 글로벌 엔터사로 도약시킬 주역으로 김중동 CIO는 큰 역할을 실제 해냈다는 평을 얻는다. 그는 멀티레이블 전략을 진두지휘했고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 소속사) 인수 성과를 이뤄냈다. 플레디스는 앞서 인수한 쏘스뮤직(르세라핌 소속사)과 함께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김중동의 트랙레코드를 고려하면 그를 단순히 방 의장의 지인으로 지적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사실상 10여 년 간 회사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만 하더라도 하이브는 IPO 불확실성이 존재하던 회사였고 상대적으로 비싸진 지분을 팔고 싶어하던 구주주를 대신할 신규 투자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 과정에서 김중동 전 CIO가 활약을 한 것이데 그를 부정 거래자로 몰아가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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