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한양증권이 KCGI의 품에 안기며 임재택 대표의 거취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올 초 KCGI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에 한양증권 경영권 인수가 무산될 거라 판단해 이적을 번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판이 됐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올해 초 다올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됐으나, 한양증권 잔류를 선택했다. 대주주가 된 KCGI는 한양증권 경영진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4일 한양증권의 대주주 변경 승인안을 상정해 전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KCGI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끝난 결과다.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증권의 대주주 한양학원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한양증권 지분 29.59%(주당 5만8000원)를 2203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세부조건 논의를 마무리하고 금융위에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딜은 지난 3월 국세청의 KCGI 세무조사로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 심사도 약 2개월 동안 중단됐다. 다행히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별다른 특이점 없이 마무리하면서 경영권 거래 우려는 해소됐다.
한양증권 최대주주에 등극한 KCGI는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재편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열린 한양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선 ▲김병철 KCGI 부회장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 ▲정태두 KCGI 부대표 등의 이사 선임안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KCGI 관계자는 "대표이사 교체를 위해선 이사회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달 안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한양학원의 유동성 개선이 시급한 만큼 지체 없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택 대표는 올해 초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에 직접 사업 계획을 제안해 다올투자증권 대표로의 이동을 예비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9월 SPA 체결로 KCGI의 한양증권 집권이 확정적이었던 터라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올그룹도 이사회를 준비하고 임 대표를 받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임 대표는 결정을 번복해 잔류를 선택했고, 다올그룹은 기존 황준호 대표를 재신임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임 대표의 오판 배경으로는 차순위 협상 대상자였던 LF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세청이 KCGI 세무조사를 본격화하자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임 대표는 LF로의 대주주 변동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면 경영진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임 대표 재임 기간의 실적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종사업자로서는 전문경영인으로 기존 대표를 중용하려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LF 측은 이에 대해 "거래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 인사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고 페어플레이 원칙을 지켜왔다"며 "여러 소문이 떠돌지만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을 아꼈다.
임 대표는 한양증권 실적을 크게 높인 주역이다. 취임 첫 해였던 2017년 61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44억원으로 7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 부문 이익이 35억원에서 3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대체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가 다올투자증권행을 다시 선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병철 회장과 강성부 KCGI 대표, 임 대표 셋은 사적인 친분이 돈독하다"며 "지난 번복이 크게 문제되진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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